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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Mar 04. 2021

좋은 아침이야

이젠 나를 사랑해도 괜찮아

나의 아침에는 루틴이 있다. 


눈을 뜨고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뜰 때도 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을 확인했으면 침대 위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침대에서 빠져나오면 베개와 이불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입을 헹구고 양치를 한다. 

양치 후에 생수 한 잔을 마신다. 

생수를 마신 후에 씻거나 출근하지 않는 날은 커피를 내리고 사과나 빵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이 루틴을 3-4년째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하고 있다. 


잠이 깬 후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 이부자리 정리를 하는 것은 <타이탄의 도구>를 읽고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나의 습관이 되었다. 또 하나 좋은 습관을 들인 것은 공복에 마시는 생수 한 잔이다. 나는 맹물을 마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기에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은 마시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것도 습관이 되었다. 


이런 루틴으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는 몸이 이 순서를 기억하게 되었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내 몸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종종 느끼기 때문이다. 가끔 이 순서를 깨뜨리는 일(갑자기 전화가 온다든가, 간밤에 꾸었던 꿈이 기억나 꿈해몽을 찾는다거나)이 생기면 약간의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잠시 멈춰 서서 내가 했던 행동을 되짚어 본다. 어느 지점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돌발행동을 했는지를 떠올려보면 무엇을 빠뜨렸는지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면 놓쳤던 그 지점부터 다시 돌아가 이어서 해야 할 그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생각이 아닌 몸에 밴 아침 루틴에 최근 한 가지 행동을 추가해 보았다. 


좋은 아침이야!


아침에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좋은 아침이야!"라고 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아침 인사를 하며 나의 몸과 마음을 느껴보는 아주 잠깐의 시간을 추가해 본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그저 그런 비슷한 날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침 인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박동을 느낀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심장은 열심히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잠깐 죽었다 깨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다시 깨어났다는 건 심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뛰어 주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을 손 끝에서 나의 심장으로 전달한다. 그러고 나서 몸 구석구석을 느껴본다.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그러면 정말 '좋은 아침'을 맞이 했다는 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때의 안도감과 평화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나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힘을 선사해준다. 정신없이 일어나 출근 준비로 허겁지겁 허둥대며 맞이하는 아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나의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절대로 놓치지 말고 해야 하는 일을 꼽으라면 자신의 자존감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에게 기분 좋게 아침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알게 된다. 이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이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아 안타깝거나 바보같이 이제야 이걸 알게 되었느냐고 나를 나무라지는 않는다. 지금이라도 나를 아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것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칭찬 만으로도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을 성찰하고 느끼고 드러내고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아껴주어야 단단한 흙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듯 그렇게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 결국 자신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자존감은 커지게 된다.  




치유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의 마음을 내가 알아주는 것, 내가 나를 다독여주고 위로해주기 위해 나에게 나의 상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나의 상처도 나의 사랑도 모두 나의 것이 될 때 우리는 진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와 여러분 모두가 진정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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