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지기 마야 Oct 09. 2024

주도적인 삶에서 얻는 행복의 가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에는 매 순간 행복이 존재한다


종합편성채널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는 2012년 8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의 삶이 아닌 자연에서의 삶을 택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진정한 힐링과 행복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삶의 고단함에 어깨가 짓눌려 한숨만 쉬어질 때면 '아, 다 버리고 산에 들어가 혼자 조용히 살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연 속에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 적당한 노동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낸다. 자연 속에서의 시간은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다. 저마다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산속 생명들처럼 자신만의 속도대로 살아가면 그만이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어떻게 보면 원시인의 삶이 '자연인' 그 자체였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자연인의 삶에서 점점 멀어졌다. 전기의 발명으로 사람들은 밤에도 불을 밝히고 공장을 돌린다. 환한 네온사인은 밤에도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더 화려하고 더 비싸고 더 빠른 온갖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유혹한다. 그것을 갖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더 빠르게 움직인다. 


때로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남들을 따라 뛰어간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5년 미국 동부 외딴 숲 속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 동안 살았다. 그가 숲 속으로 들어간 까닭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에만 직면해도 인생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고, 죽을 때 내가 인생을 헛산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살았던 19세기 미국은 남북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였다. 젊은 지식인 소로는 자연 속에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며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싶어 했다. 삶의 가치를 간소함에 두고, 고독을 즐기며 자연에서 배움을 얻었다. 


스콧 니어링은 아내 헬렌과 함께 대공황의 늪에 빠져있던 1932년, 미국 버몬트의 낡은 농가를 구입해서 20년간 자급자족 생활을 실천했다. 그들은 스스로 세운 삶의 원칙에 따라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았다. 


소로와 니어링 부부의 공통점은 어지러웠던 당시 사회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이 세운 삶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자연에서의 삶을 택한데 있다. 즉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삶의 목표를 '행복'에 두지 않는다. 삶의 매 순간순간에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은 행복으로 이미 채워져 있다. 삶의 주인이 된 이들의 마음에는 삶에 대한 만족감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이동할 수도, 소유할 수도, 얻을 수도, 입을 수도, 소비할 수 없는 것이다. 행복이란 사랑, 경애, 감사를 하는 삶의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영혼의 경험이다.' 


데니스 웨이틀리의 말이다.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지러운 도시보다는 조용한 자연이 그것에 더 적합한 조건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갑자기 자연 속으로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는다. 행복이 삶의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이라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의지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다. 


내가 정한 규칙은 이렇다.


일어나는 시간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되도록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건강을 위해 적당한 운동을 한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만 일을 위해 살지는 않는다.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적당한 시간을 할애하지만, 혼자인 시간도 충분히 즐긴다. 내면의 성장을 위한 책 읽기와 글쓰기에도 시간을 투자한다. 무엇보다 다른 이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이렇게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지금의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게 되었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는 소설가 제임스 오펜하임의 말처럼 주도적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언제나 행복이 묻어 있다. 

이전 06화 소박하고 단순하고 따뜻한 휘게의 나라 덴마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