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흔들렸고 지금도 흔들린다

인생은 외줄 타기

by 숲지기 마야

마냥 행복한 사춘기를 보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예를 들면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 듬뿍 받으며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고 꿈과 목표도 명확해서 "난 00 대학 00과에 들어갈 거야."하고 당당하게 말하며 건강하고 긍정적이며 구김살 하나 없이 완벽한 청소년기를 보낸 그런 사람 말이다.


혹시 이런 사춘기를 보내신 분 있으신가요?


안타깝게도 내 사춘기는 예시와는 많이 달랐다. 완전 반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가정, 공부, 친구 사이, 진로와 목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가진 채 위태로운 사춘기를 보냈다. 내 맘대로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기에 늘 불만이 많았고 어제까지는 도시락을 같이 까먹으며 깔깔대던 친구가 조금 떨어져서 지내자고 하는 절교 아닌 절교의 쪽지를 받는 충격을 얻기도 했다.


꿈은 있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하고 대학 진학에 대한 희망마저 잃은 채 지냈다. 키가 작은 것에 대한 콤플렉스도 꽤나 커서 참 예민하고 불만이 많은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까지 전부 다 고민거리로 떠안고 그렇게 무겁고 우울한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춘기 때 했던 고민들은 다 사라지고 나는 당당하고 멋진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사춘기 때 하던 고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생계유지를 위한 경제 활동, 노후 준비, 인간관계, 취업, 이직, 재테크 등 단어만 조금 달라졌을 뿐 사춘기 때 하던 고민과 맥락이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나는 이러한 고민과 걱정을 떠안고서 사공춘기를 맞이했다. 사공춘기를 맞이하고 나의 사춘기를 돌아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위태롭게 흔들리는 외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것만 같았다.


10대 때는 20대가 되면, 20대 때는 30대가 되면이라고 늘 다음을 기대했다. 하지만 20대와 30대를 다 보내고 40대가 되었는데 살림도 크게 나아진 게 없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과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하고 있다. 10대 때와는 격이 다른 고민이다. 삶의 전장에서 피 튀기며 고민에 고민을 해도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은 좀처럼 놓을 수가 없다. 차리리 10대 때의 고민은 귀여울 정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은 외줄 타기가 아닐까?

나이와 정비례하는 계단과 같은 성공과 성장이 아니라 흔들흔들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중심을 잡으려 애쓰며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딛는 외줄 타기 말이다.


나의 사춘기도 사공춘기도 여전히 흔들리는 외줄 위에 있다. 그러니까 그때도 흔들렸고 지금도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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