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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림과 언어 실력 간의 상관관계

2025-01-12 일요일

by may Mar 17. 2025
UCI 캠퍼스에서 가장 큰 공원


내가 사는 기숙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함께 살고 있다. 유럽, 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1층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다 보면 이곳이 지구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지만 막상 대화를 나눈 적은 별로 없는데, 이는 아직 나의 영어 실력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알아듣기 어려운 것이 영어를 사용할 때의 억양이 다른 친구들이다. 같은 영어일지라도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말하는 영어가 훨씬 알아듣기 쉽고, 멕시칸 친구의 영어가 훨씬 알아듣기가 어렵다. 이는 본인의 모국어가 영어 발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구강 구조 자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외국인 친구들을 피하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가 정확한 문장을 알아듣지 못해도 자꾸 이해하는 척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더욱 가까워지기가 어려웠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주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Korean American(국적은 미국이지만 계통은 한국)인 친구가 '너는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라고 영어로 물어봤다. 나는 그 말에 다음에 한번 술을 함께 마시자는 의미에서 "Let you know"라고 말했는데, 그 친구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리송해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왜 잘못된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중에서야 'I'll let you know'와 같이 다른 말을 붙여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잘못된 영어 사용으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나 말을 빠르게 하는 패스트푸드 가게 직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실수한 적이 벌써 여러 번이다. 치킨 햄버거를 시켰는데 치킨 너겟만 나온다거나, 추가 메뉴를 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Do you want anything else?"라는 말에 "Yes"만을 반복하다가 더 많은 돈을 내게 되는 식이었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몇 달간 전화영어를 하면서 회화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기본적인 회화 수준이 아직 정말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에 있는 6달간 과연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영어를 늘릴 수 있을까?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가장 높은 장벽은 '쪽팔림'인 것 같다. 영어를 잘 못한다는 사실에 기가 죽고 아무것도 내뱉지 않다가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쪽팔림을 무릅쓰고도 계속 내뱉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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