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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에 혼자 떠난 뉴욕 여행

2025-03-19 수요일

by may

UCI에서의 겨울학기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봄학기 시작일은 3월 31일, 나에게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열흘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은 보통 이 시기에 오랫동안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하기에, 나 또한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 아니라 혼자 하는 여행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것도 캘리포니아와는 아주 멀리 떨어진 미국 동부에서 말이다.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하게 된 데에는 조금의 거창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거나, 같은 시기 동부에 가는 모임에 끼여서 함께 다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방학 동안 꼭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놀 때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대부분 맞춰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함께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장소든 음식이든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것이 편했다. 여행 중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는 내 기분보다도 함께 하는 사람의 기분을 신경 쓰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성향에는 물론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있을 때면 나 자신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혼자 있을 때는 제때 밥을 먹지 않고, 맛있는 음식보다는 가격이 싼 음식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비싼 음식을 먹을 때면 행복한 마음보다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다. 이번 동부 여행을 혼자 계획하면서도 설레는 마음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컸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나를 아껴주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또다른 문제는 타인과 오랜 시간 함께 있을 때 결국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나의 이런 성향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계속 내가 맞춰주다 보면 그 타인은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행동하게 되고, 나는 더욱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결국에는 피하게 될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결국 이렇게 멀어진 경험이 있는 나로서, 타인에게 나를 조금 더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소중한 사람일수록 나의 주관을 지나치게 굽히지 않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떠나는 열흘간의 여행을 통해, 나는 '내가 원해서' 내리는 선택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보고 싶었다. 일정부터 숙소, 식당까지 모든 결정들을 내가 내렸고, 여행을 하면서도 계획대로 다닐지, 혹은 계획에서 벗어나 즉흥적으로 다닐지 나의 마음대로 선택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열흘간의 미국 동부 여행 계획이 완성되었다.



- 3/20~3/21 보스턴 : 하버드, MIT, Museum of Fine Arts, Back Bay

- 3/22~3/27 뉴욕 : 타임스퀘어, 리틀아일랜드, 첼시마켓, 자유의 여신상,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호, 뮤지컬 위키드, MoMA

- 3/28~3/29 워싱턴 : 의회의사당, 백악관, Tidal Basin, 조지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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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깊은 건물들이 많았던 보스턴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또 무엇을 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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