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나, 그리고 이 길의 끝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 내 손을 잡고 내 옆에 서 있는 아빠와 우리를 바라보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는 하객들. '이제 너와 함께 가는 삶의 시작이구나.'라는 마음과 동시에 한 켠에 드는 생각, '1년 간의 대장정이 이제 끝인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일찍 결혼하고 싶었다. 많은 연애를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연애를 할 때마다 아직 직장 생활도 시작하지 않은 전남자친구들에게 '너는 언제 결혼하고 싶어?', '너는 미래에 꿈꾸는 가족의 모습이 있어?' 이런 것들부터 물어보았더란다. 나는 왜 일찍 결혼이 하고 싶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것 같다.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걸. 사람마다 결혼관도 다르고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체감도 다르겠지만, 나는 그랬던 것 같다. 10년 후를 생각해 보았을 때 항상 그려지는 모습은 다정한 남편과 함께 손맞잡고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결혼을 갈망하는데 왜 결혼할 남자는 내 앞에 나타나 주지 않는걸까, 왜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걸까 한탄하면서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일찍 결혼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신기하게도 용케도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나 환상은 없었다. 보통 일찍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찍 결혼하는 신부들이 그 반짝거리는 젊음 자체만으로 너무 예뻐 보여서인 이유도 있는데도 말이다. 어떤 드레스를 입을지, 어떤 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은지 내 또래 친구들은 (현실과는 별개로) 꿈꾸던 로망들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나는 그저 평생을 함께 사랑하고 살아갈 남편만 있었으면 했지, 결혼식은 뭐 굳이, 의 느낌이었다. 만약 상대방이 결혼식 안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뭐 결혼식 쯤이야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삶이 아니겠어!
그렇게 살아오던 나에게도 어느 순간 남편이 될, 지금은 전 남자친구가 나타났고,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만나도 꼭 나같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식 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두 사람이 모여서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자연스레 결혼식을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굳이 안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죽어도 결혼식을 할 수 없어! 까지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양가에 모두 개혼이기도 하고, 둘 다 성격도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사는 것을 선호해서 그렇게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결혼식을 하는 것이 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결혼식이 사회적으로 '저 이제 결혼해요! 저 이제 유부녀에요!'를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자리이기는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나를 위한 결혼식을 누군가 다 만들어서 꾸며서 갖다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 동안 익히 들어왔던 '결혼 준비 1년은 잡아야 한다', '결혼 준비 시작하면 많이 바쁘다', '결혼 준비하면서 많이 싸운다'더라는 말들을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우리도 정말 그럴까. 그치만 역시 아직 실감은 잘 나지 않는다. 정말 결혼이라는 걸 하긴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