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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욜 MaYol May 26. 2024

take five, 1959

mayol@골계전  12. 문체文體에 대한 고민

    뒷목에서 척추로 이어지는 중추신경에 수면제를 들이부은 것처럼 하루 종일 눈이 뻑뻑했다.

    그러면서도 새벽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눈을 감고 있다가 밤길을 헤매는 꿈을 꾸기도 했다.

    총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 장편소설 중에 제 1 장을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신경이 예민해진 모양이다 싶었다.

    글을 정리하면서 내 문체에 대한 새삼스런 궁금증이 생긴 점도 한몫한 것 같다.

    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글과 음악과 미술과 사진과 디자인 등등의 많은 예술장르에서 좋은 작품들이 가지는 공통점을 찾아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련의 예술행위에는 공통적으로 필요한 몇 가지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던진 말이다.

    리듬, 디자인, 형식, 문법 등이 그것이다.

 

    * 리듬 rhythm ; 1. 음의 장단이나 강약 따위가 반복될 때의 그 규칙적인 음의 흐름. 2.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되는 움직임을 이르는 말. 3. 선, 형, 색의 비슷한 반복을 통하여 이루는 통일된 율동감. 즉, 농담, 명암 따위가 규칙적으로 반복되거나 배열된 상태.

    * 디자인 design ; 물품(물품의 부분, 글자체 및 화상을 포함한다)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美感을 일으키게 하는 것

 형식 form ; 1. 사물이 외부로 나타나 보이는 모양.

   * 형식 ; 2. 일을 할 때의 일정한 절차나 양식 또는 한 무리의 사물을 특징짓는 데에 공통적으로 갖춘 모양. 3. 다양한 요소를 총괄하는 원리. 사물의 본질을 이루는 것.

    * 문법 grammar ; 말의 구성 및 운용상의 규칙 또는 그것을 연구하는 학문. (출처, 네이버사전)


   흔치는 않지만, 문자를 나열하면 문장이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이 자신의 문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 판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이유는 없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서툴게 느껴졌던 방법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주 개인적인 생각'일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위의 네 가지 요소를 잘 섞어서 문체와 문장을 완성시키는 연습을 한다면 훨씬 더 생명력이 강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나 역시 부단히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처럼 문체文體에 대해 고민한 작가들이 많았고 내 고민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인 박목월은 문장과 문체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문장이란 사회 속에 존재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며, 나타낸 생각 자체가 스타일(문체)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도 이런 말을 했었다.


    문체란 한 작가의 개인적인 그윽한 신화 속, 그 파롤 parole(말 혹은 언어)의
육체 아래에만 숨어 있는 자족적自足的인 것이다. 거기에 말과 사물과의 결합이 비로소 이루어지고 그의 실재에 대한 말에 의한 위대한 주제가 꼭 한 번 있게 되는 것이다… 문체란 본래 발아發芽와 같은 현상이며 그것은 말하자면 수액樹液의 변용이다.


   박목월이나 롤랑 바르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독자가 있다면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겠지만, 나 같은 평범한 글쟁이에게는 사족이 필요했다. 그래서 좀 더 쉬운 설명을 찾아보았다.

  프랑스의 문학가 스탕달(본명 마리 앙리 베이으 Marie-Henri Beyle)이 문장과 문체에 대해 한 말이다.

 

   "가발을 쓴 사람 같지도 않고 은퇴한 배우 같지도 않은, 수수한 옷차림을 한 유복한 사람이 어느 날 나에게, '가장 좋은 문체文體'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옷차림이란 어떤 사람이 객실에서 나간 직후에, 지금 나간 그 사람이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거와 같은 경우이다.>
사람의 생김새에 대하여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이것을 굳이 돌려서 말한다면 문체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좋은 문체란 사람들에게서 잊히는 문체, 그것이 표현하고 있는 사상을 가장 똑똑하게 독자의 눈에 비쳐 주는 문체이다.
 <사상>은 어리석은 자들을 괴롭힌다.
그들은 그것을 어떻게든지 이해하려고 하지만, 아무리 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문학서적을 읽을 때에는 문체의 외관에만 감탄하는 것이 어리석은 자들이 의례 하는 짓이다. 속 모르는 시골뜨기는 뚜렷한 사상이 단순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는 책은 보잘것없는 책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이다.
 반면, 과장된 미사여구를 늘어놓은 책은 덮어놓고 대환영이다."

  김소월의 스승이었던 김억도,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글'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다.

  무턱대고 설명에 설명을 덧붙여서 그 의미를 상실하게 만드는 화려한 미사여구들로 이루어진 글들에 대한 일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에서 스탕달 역시 '단순한 문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듯 보인다.


  문체는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때까지 아무도 보거나 말한 적이 없는 일면을 발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주의를 기울여 응시할 것이다. 어떤 물건 중에는 미탐험의 면이 남겨져 있는 법이다. 그 까닭은 우리가 현재 무엇 하나를 보고 있을 때, 우리 이전의 인간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만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략.] - 플로베르가 모파상에게.




  플로베르가 말한, '미탐험'이 무엇일까...


  여러 장르의 음악들 중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재즈를 듣는 날이 있다.

  재즈의 자유분방한 리듬과 즉흥연주에 맛을 들이면 스피커에서 귀를 떼어내기가 몹시 힘들다.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 장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독보적이면서도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 연주한 네 명의 연주팀이 있었다.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 The Dave Brubeck Quartet]이 그들이다.


  이 팀의 이름은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데이브 워렌 브루벡 Dave Warren Brubeck의 이름에서 따 온 거였다.

  이 분이 여러 음악을 만들고 연주했는데, 그중에서도 1959년에 콜롬비아 레코드사에서 발매한 [TIME OUT]이라는 앨범을 최고라고 손꼽을 수 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에 대표곡이 <Take Five>다.

  많이 들어보셨을 거라는 생각이다.

  피아노나 관악기를 위한 음악처럼 들리지만 사실 데이브 브루벡은 이 앨범을 드러머를 위해 작곡했다.

  생소한 리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알고 있었던 박자와 리듬이 아닌가 착각하게도 만드는 곡이다.

  2/2박자, 3/4박자, 4/4박자, 6/8박자 음악은 많이 들어봤어도 5/4박자 음악은 데이브 부르벡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 학교에서 지휘법을 배워 보셨을 테니 <Take Five>를 감상하시면서 지휘를 해 보시라.

  이 음악을 듣고 세 마디 안에 5/4박자 지휘가 가능하다면 리듬 좀 타는 사람이라고 자신해도 될 것 같다.

  나와 당신의 문체 안에 담고 싶은 리듬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T9Eh8wNMkw

기존의 박자들(문법)을 철저히 습득하지 못하면 만들 수 없는 리듬이다. 물론 습득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문법을 기초로 한 꾸준한 창작의 결과라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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