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얻는 지혜 02
딸아이는 호주에서 12학년, 고3이다.
그녀가 7학년, 중1 때 호주에 왔으니, 호주 학교생활 6년 차다.
그녀는 호주에 처음 왔을 때, 한국에서 영어를 쭉 해왔기에, 어학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호주학교로 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한인들에게 인기가 없는 곳. 다시 말해 호주인들이 대부분인 환경에서 살다 보니 딸아이의 친구는 모두 호주아이들이었다. 모두 다양한 나라의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 호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쉽게 다시 말해서, 딸아이의 친구들 중 한 명은 한국인이다.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을 전혀 못 하니 그녀도 그냥 호주인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한국문화를 잘 알고 있을 뿐, 그것을 제외하면,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조건이라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교회나 성당에도 다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딸아이는 한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다. 그녀가 원했다면 교회라도 가봤을 텐데, 굳이 그렇게 까지? 나도 그랬고, 딸아이 마음도 그러했다. 그 이유는 이미 호주생활에 잘 적응을 했고, 학교에서 호주친구들과 두터운 우정을 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딸아이는 호주아이들의 문화를 그대로 가지고 있고, 나는 그녀를 보며 '호주에 오길 잘했다' 순간순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3이 된 지금, 그녀의 생활을 보면 이런 만족이 더 커진다.
호주, NSW의 고3 수능관련해서 정리를 해보자면,
호주, 시드니에서는 11학년이 되면, 자신이 관심 있고 자신 있는 과목을 정하고, 자신의 맞는 레벨의 수업을 정해서 수업신청을 한다. 그렇게 정한 수업을 11학년때 들어보고, 거기에서 1-2과목을 12학년에 올라가면서 드롭시킨다. 해봤는데 안되거나, 해봤는데 흥미를 잃었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본은 11학년에 12학점, 12학년에 10학점을 최소 이수해야 하는 조건에 의한 것이다.
그렇게 정해진 과목만 12학년때 공부를 하고, 그 과목에 대해서는 마지막 고등교육의 마지막 시험(HSC, 주 1)을 치른다. 그리고 이것과 함께, 각각의 학교의 레벨과, 과목의 레밸을 차등을 두어 점수로 환산시키고 ATAR(주 2)라는 점수 시스템을 적용시켜 개개인의 점수를 산출한다. 이 점수로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하다 보니, 내신을 잘 봐야 하고, 10월 한 달 동안 자신이 공부하는 과목의 스케줄에 따라 각각 HSC 시험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고3을 생활을 살펴보면, 엄청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열심히 노는 중이다.
매일 10시면 공부를 마무리하고 그녀만의 시간을 보내다고 12시쯤 잔다. 그리고 7시 반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한다. 고 3이 7시간 반이나 자다니. 나보다 많이 잔다. 잠자는 공주 같다.
한국처럼 매일, 며칠간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기에, 기말 시험기간(보통 3주) 사이에 발레 경연대회도 다녀오고, 친구들과 쇼핑도 하고, 충분히 자신만의 즐거움을 즐기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회 임원이라 학교 행사 관련일들에도 많이 참여하고, 배구팀에 들어가 있어서, 물리과목 시험일정을 개인적으로 바꿔가며, 배구시합에도 꼭 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이러하기에'라고 쓰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딸아이는 학교 내신과 대입을 위한 예상 점수가 꽤 좋은 편이라 시드니에서 제일 좋은 학교의 꽤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과목에 지원하려 하는 중이다.
언젠가 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HSC 시험 보는 거 스트레스받니?" 겉으로 보기엔 그래 보이지 않았기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엄마로서 해주는 것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제서라도 더 큰 서포트를 필요로 하나 싶어서 물어봤던 것이다.
딸아이의 대답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데 공부를 할 때만 그러하다"라고. 근데 그녀가 공부하는 것은, 꽤 짧은 시간에 꽤 집중해서 하는 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도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만의 시간을 매일 즐기고 있고,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기간도 있고, 그래서 그렇게 까지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엄마로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딸아이 옆에 든든한 친구들이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다. 호주에 오길 잘했다. 또 느끼는 순간이다. 호주의 문화를 진하게 느끼며 자라는 딸아이가 얻어가는 지혜는, 엄마가 호주생활을 하면서 홀로 맛보는 지혜보다 더 깊고 넓겠지 싶었다.
내 앞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딸아이를 바라보며,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그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게 보였다.
잘 자라고 있네.
(주 1) HSC : The Higher School Certificate의 약자로, NSW주내에서 11학년과 12학년에 걸쳐 소기의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수여되는 고교 졸업증서이자, 대입수능시험 역할을 한다.
(주 2) ATAR : Australian Tertiary Admission Rank 대학입학등급지수 / ATAR 등급 99.95일 경우 같은 연령대 수험생들 가운데 상위 0.05%에 포함됐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