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추는 빛과 그림자

나에게 큐브란 05

by 근아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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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38496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존재한다. 하지만, 그 빛이 어떤 빛이냐에 따라 그림자의 크기는 달리지고, 그 선명함에서도 차이가 생기게 될 것이다.


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어떠할까.


어제,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시내를 걷던 중 문득 내 발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내 몸과 함께 움직이는 이 그림자는 내 존재의 투영이자, 내가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스쳐갔다.


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내 존재와 행동에서 비롯된다. 이는 단지 물리적인 그림자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고, 빛의 강약에 따라 그림자의 모습이 달라지듯, 내가 세상에 비추는 빛이 무엇인지에 따라 내가 남기는 흔적도 달라진다. 이는 다시 말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내가 세상에 남기는 흔적은 모두 내가 어떤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만약 아이들에게 내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밝고 강렬하게 빛나는 존재라면, 그들에게 드리우는 나의 그림자는 아마도 가장 크고 선명할 것이다. 그 그림자는 깊고 오래 남아, 아이들의 마음속에 스며들며 그들의 삶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내가 커다란 나무를 비추는 빛이라면, 나무 아래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휴식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빛을 비출 수는 없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빛이 닿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나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며, 나의 영향력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다른 그늘보다 더 큰 상쾌함을 준다면 그 그림자가 더 넓은 범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크고 선명하며,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어떤 빛을 비추고 있는지 성찰하는 것과 같다.


나는 어떤 빛을 세상에 비추고 있는가?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가?

그 그림자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그 영향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단순히 빛에 의해 형성된 그림자가 아니라, 내가 그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빛의 근원이라는 것을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 빛이 어떻게 드리워질지, 그리고 그 빛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가 어떤 형태를 취할지는 모두 나에게 달려 있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자 하는 흔적과 영향은 내가 어떤 빛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그 빛은 내 의지와 가치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에서 나는 자꾸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내 기본이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내 생각이 정직하고 진실한지, 내가 비추는 빛이 진정으로 따뜻하고 밝은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나의 내면에서 발산되는 빛은 나의 삶의 방향과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내 빛이 진정으로 선하고, 그로 인해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 나는 내 삶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그림자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면, 나는 나의 빛을 다시 점검하고 조정해야 할 것이다.



하늘은 순간마다 변화한다. 그리고 그 빛과 그림자를 아래 벌판에 투영한다.

"The sky is the daily bread of the eyes. It changes every moment, and it throws its light and shadows over the landscape below."

에머슨 (주)



(주)에머슨 수상록, 랄프 왈도 에머슨, 서문당,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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