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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나면 또 쑥쑥 자라 있겠네

by 근아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이 놀랍도록 쑥쑥 자라는 때가 있다. 실제로 순식간에 눈에 띄게 키가 2-3cm씩 자라 있거나, 생각이나 말투가 어제와는 다르게 변해 있는 모습들을 보면, 엄마로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변화들이 참 경이롭다.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마다, 친정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프고 나면 또 쑥쑥 자라 있겠네."


처음엔 단순한 위로의 말로만 들렸지만, 이제는 그 말이 가진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실제로 아플 때마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고통이라는 통로를 지나며 그들이 더 강해지고, 더 성숙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겪는 그 아픔이 단순한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서, 그들의 삶과 내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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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감기를 앓으면서, 나 역시 마치 아이들처럼 그 아픔을 통해 내 안에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하루하루 힘이 없어 평소처럼 많은 활동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나는 이제껏 망설였던 선택들의 이유들이 선명해지고, 그로 인한 결단들이 나에게 다시 작은 선물처럼 돌아오는 듯했다. 내가 주저하지 않고 걸어 나갔던 순간들이, 내 에너지가 고갈된 순간에 오히려 나를 지켜주고,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은 나에게 새로운 지혜를 건네고 있었다.


특히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붙들고 있던 여러 가지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집착들이 내가 의무감에서 했던 것인지, 혹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그것들을 내려놓았을 때, 나는 새로운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의 놓아버림은 마치 억눌린 에너지가 해방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 속에서 나는 '가벼움, 유연함, 무한함, 믿음, 그리고 진정한 존중'이라는 더 값진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나에게 찾아온 그 자유는 단순한 해방이 아닌,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로 이어졌다. 나는 한동안 고통을 두려워하며 회피하려 하지만, 사실 그 고통은 나를 더 크게 성장시키는 과정의 일부였던 것이다. 고통을 겪으며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놓고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를 배운 듯하다 그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더 강한 나, 더 깊은 이해와 지혜를 가진 내가 남아 있었다.


고통과 성장이 함께 공존하며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삶은 아픔을 통해 나를 가르친다.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 두 가지가 마치 음과 양처럼 얽혀 나의 존재를 완성하고, 나의 삶을 이루어간다. 고통 속에서 성장은 꿈틀거리고, 그 성장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다시 고통을 마주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 나는 더 깊어지고, 더 강해지며, 나의 참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이 더 밝게 빛나고 ,

고요 속에서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린다.


이처럼 고통스러워도 나의 내면을 밑바닥 깊이에서 들여다볼수록, 나는 세상의 섬세한 부분들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빛의 존재를 분명히 깨달을 수 있듯이, 고요한 순간에는 소리의 진동과 의미가 더욱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삶의 복잡함과 소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놓치거나 무시하며 살았던 듯하다. 고통과 함께 찾아온 고요 속에서 나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 들리지 않았던 것들을 더욱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순간들은 나의 감각과 이해를 한층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고, 나를 이끌 수 있는 정신의 힘을 더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가 된듯하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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