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간, 나는 의도치 않게 완전히 새로운 환경 속에 놓이게 되었다. 즉흥적으로 떠난 멜버른 여행과 그 뒤 이어진 한국 방문, 그리고 호텔에서의 생활은 마치 계획에 없던 여정을 시작한 기분이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과 상황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나는 미리 준비할 수 없었던 다양한 도전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를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가 오히려 모든 경험의 중심이 되었다.
과거의 나는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는 일이 주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하며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철저히 대비하려 애쓰곤 했다. 하지만 최근 내가 경험하는 환경의 변화는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미션을 부여받는 느낌이다. 그것은 더 이상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미래가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가운데, 과거에 막연히 느꼈던 걱정보다는 오히려 현실에 몰입하게 되는 경험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억지로 무언가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내려놓는 법이었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대비하려는 태도 대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어떤 것인지 차분히 관찰하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나 스스로를 살펴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찰자가 되었다. 이러한 태도는 과거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었다.
또한 나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새로운 환경에서 보이는 행동과 반응들은 모두 나만의 독특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먼저 주변을 살피고 차분하게 대처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또, 낯선 환경에서는 처음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나의 행동들은 단순한 습관 이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특히 멜버른에서의 여행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아들과 단둘이 여행하며, 나는 나 스스로에게 했던 것처럼, 그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가 상황에 반응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면서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아들의 독특한 행동 패턴과 반응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그의 성격 그대로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관계를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스스로를 관찰하며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타인을 관찰하는 경험을 통해 나는 나의 시야를 넓히고, 공감과 이해의 폭을 키워가는 중이다.
새로운 환경은 나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어떻게 행동할거야?”. 그리고 이 질문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한다. 가장 불안한 순간, 가장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나는 내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모든 것이다.
삶은 결국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발견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경험은 나에게 성장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했다. 성장이라는 것은 단지 목표를 달성하거나 계획을 완벽히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를 알아가고, 나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제 나는 새로운 환경을 두려움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성장할 기회를 기대하며 맞이한다. 어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것이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연결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