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단지 글을 남기고 싶었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감정과 생각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호주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을 기록하고 싶었고, 그것을 정리할 어떤 형태가 필요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을 글로 옮기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의 생각은 점점 바뀌어 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삶의 조각들을 꿰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전 글에서, “글을 쓴다는 건, 질문에 대한 기나긴 나만의 대답을 적어가는 일이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 이야기를 좀 더 정리해볼까 한다.
브런치북을 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걸까?”
“이 경험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질문 앞에서 나는 멈추고, 돌아보고, 생각하게 된다.
이때부터 성장은 시작된다.
그 성장은 거창하지 않다.
매일같이 나를 들여다보는 행위, 그 자체가 나를 변화시킨다.
글로 쓰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감정들이 있다.
사소한 상처나, 잠깐 스쳐간 풍경, 말로 하기엔 애매했던 생각들.
글로 쓰는 순간, 그것들은 비로소 ‘의미’가 된다.
무의식의 언어를 의식의 언어로 바꾸는 일.
그 과정을 반복할수록 삶의 단면들이 또렷해지고,
과거는 해석되고, 현재는 명료해진다.
브런치북은 혼자만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연결의 시작점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시기를 건너고,
비슷한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가 내 글에 ‘공감했다’는 말을 건넬 때,
나의 이야기가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그 경험은
‘글을 계속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진다.
브런치북이 완성되는 순간,
나는 나의 한 시기를 한 권의 책으로 품게 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내 삶을 구조화한 기록이자, 나를 정돈한 자산이 된다.
이전의 브런치북들을 다시 펼쳐보며,
그때의 나를 이해하고, 지금의 나와 비교하며,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한 권이 끝나면 또다시 다음 주제가 떠오른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계절, 새로운 질문들.
글쓰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나를 탐색하고, 이해하고, 확장해 가는 살아있는 성장의 공간이며,
나를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된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검열하고, 나의 브런치북을 검열하며,
내가 나의 리더가 되어 나를 이끌어 간다.
나의 글에서 현재에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브런치북은 결국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내 삶을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세상과 연결되되,
내가 중심인 글쓰기.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그렇게 나는 나를 키워낸다.
이 브런치북, [브런치에서 놀자]에는 저의 지난 18개월, 지담 작가의 지난 31개월까지. 꽁냥꽁냥 브런치에서 함께 놀며 스스로를 키우고 글로 벗을 만들고 세상으로 한발 나아간 이야기들이 사.실.적.으로 담깁니다.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저희 둘이 함께 '작정'하고 시작한 [브런치에서 놀자].
본 브런치북을 통해
'글'에 '뜻'을 지니고 '길'을 걷는 많은 분들이
'감'을 얻어 '힘'을 지니시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결'이 같은 이들과
'벗'이 되어 함께 간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Ep1. 브런치 작가 16개월의 소회, 지담작가와의 작당
Ep2. 브런치 작가의 시작: 내가 택한 세 가지 첫걸음
Ep3. 브런치북을 쓰며 브랜딩을 이루는 방법
Ep4. 북디자이너가 브런치북을 즐기는 방법
Ep5. 브런치글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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