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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을 위한
글쓰기 루틴 그리고 노트들

by 근아

2023년 12월 12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18개월 동안,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글감이 넘칠 때는 며칠을 연달아 신나게 써 내려갔다.

반대로 만족스럽지 않은 주제들만 떠오를 때는,

몇 시간을 붙잡고 고민한 끝에 겨우 한 편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어떤 주에는 7개의 브런치북을 오가며 다양한 글을 적었고,
또 어떤 주에는 하나의 브런치북 안에서 오직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세 권의 글 노트와 글쓰기 루틴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첫 번째 노트는 아이디어 노트, 말하자면 ‘글의 시작점'이 적힌 사유 노트이다. 무심코 걷다가 스친 장면, 누군가의 말 한 줄, 순간적으로 떠오른 감정과 생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정리되지 않은 문장, 때로는 단어 하나만 적힌 페이지도 많지만, 그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하나의 결이 되어간다. 그 결이 모이고 이어져 결국 한 편의 글이 되는 것이다.


이 노트 속의 메모들은 나에게 늘 ‘무한의 가능성’으로 남는다. 메모를 남길 당시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그건 나에게 온 소중한 영감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흘려보내지 않고 잘 보관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그 생각의 순간들을 다시 꺼내 바라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가 더 깊어졌을 때 그 메모가 품고 있던 의미를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때로는 그 메모가 나를 기다려주는 것 같고, 어쩌면, 내가 그 의미에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조금씩 나를 키워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 노트는 글 기획 노트다. 위클리 플래너를 이용해 일주일간의 브런치 글을 구상하고, 방향을 잡는다. 일상의 순간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적어두기도 하고, 떠오른 제목만 간단히 메모해 둘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생각이 확장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너무 넓어진 생각을 좁혀가며 하나의 주제로 집중하기도 한다.


이 노트는 내 글의 뼈대를 세우는 공간이다. 단지 글의 제목이나 소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계속해서 묻고 되짚어보게 한다. 그러다 보면 문득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문장 하나, 질문 하나가 선명해지고, 그것을 중심으로 한 편의 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어떤 주간에는 주제들이 흩어져 있어 나를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들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리듬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흐름을 따라 한 주를 살아내고, 다시 글로 되돌린다. 이 노트를 펼칠 때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다시 떠올리며, 내 시간과 생각을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조각처럼 흩어진 생각들이 하나의 흐름을 타고 움직이고, 그렇게 일주일의 글을 마무리하면, 나는 조용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 또 다른 일주일을 준비한다.


세 번째 노트는 나만의 단어사전 노트이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다양한 단어들과 마주한다. 익숙한 단어들도 있고, 낯선 단어도 있지만, 문득 어떤 순간엔 내가 그 단어들을 정말 ‘정확히’ 알고 있는 게 맞는가, 하는 질문이 생겼다. 종종 단어의 뜻을 막연히 알고 있다고 착각한 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자주 쓰는 단어일수록, 오히려 더 깊이 생각해 보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단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로 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단어들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고, 사전적 정의뿐만 아니라 문맥에 따라 달라지는 뉘앙스까지 기록했다.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을 함께 정리하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도 곁들였다. 한 단어를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단어가 떠오르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장된 언어의 흐름이 이 노트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 노트는 나에게 단어를 모으는 공간이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어떤 단어를 쓴다는 건 결국, 내 생각을 어떤 결로 세상에 내보낼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노트를 채워가는 일은 단지 어휘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를 되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이 노트를 통해, 조금씩 ‘내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노트들이 있었기에, 나는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스스로를 다듬어갈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단지 완성된 문장을 적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해가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 노트들을 통해 조금씩 배워갔다. 글을 쓰기 이전에는 언제나 오랜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적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내며 새롭게 배운 것들을 언어로 붙잡아가는 일이라는 것도,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체득하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건

내가 나를 가르치고,

내가 나를 훈련하며,

내가 나를 일으키는 일인가 보다.


그렇게 18개월.
매일매일, 나는 조금씩 성장해 왔다.
그래서 내 글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다.
언제나 ‘지금’의 이야기였다.














이 브런치북, [브런치에서 놀자]에는 저의 지난 18개월, 지담 작가의 지난 31개월까지. 꽁냥꽁냥 브런치에서 함께 놀며 스스로를 키우고 글로 벗을 만들고 세상으로 한발 나아간 이야기들이 사.실.적.으로 담깁니다.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저희 둘이 함께 '작정'하고 시작한 [브런치에서 놀자].


본 브런치북을 통해

'글'에 '뜻'을 지니고 '길'을 걷는 많은 분들이

'감'을 얻어 '힘'을 지니시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결'이 같은 이들과

'벗'이 되어 함께 간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은 근아이야기, 7번째 에피소드였습니다.


Ep1. 브런치 작가 16개월의 소회, 지담작가와의 작당

Ep2. 브런치 작가의 시작: 내가 택한 세 가지 첫걸음

Ep3. 브런치북을 쓰며 브랜딩을 이루는 방법

Ep4. 북디자이너가 브런치북을 즐기는 방법

Ep5. 브런치글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방법

Ep6. 브런치북으로 나를 키워내기

Ep7. 브런치북을 위한 글쓰기 루틴 그리고 노트들



지담 작가님의 브런치북 >>> 매주 토요일 5:00am에 발행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ithgunah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works



근아 작가의 브런치북 >>> 매주 월요일 5:00am에 발행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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