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안궁*한 안부

by 박독수

세상살이 고달파 떠나왔는데

너도 힘든지

전화도 카톡도 하나 없구나


지금은 길었던 여름의 꼬리쯤,

어제는 옆집 고양이 또 발정 나 밤새 시끄러웠고,

하루만큼 더 낡아진 빈 우체통엔 청개구리 제법 컸구나

담장 밑엔 잦은 비에 웃자란 부추밭,

너무 무심했던 탓일까,

하얗게 꽃이 피었다.


세상살이 고달파 떠나왔지만,

여기도 다르지 않구나

강둑에 길게 엎어져 우는 하늘처럼,

나도 너에게 몇 자 적어볼까

흐린 하늘에 뭐라 뭐라 끄적이는 갈대처럼.


하지만 할 말이 없는 지, 너무 많은 지

갈대도 나처럼

삼포강 세찬 물소리만 듣고 있구나

뜨거운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칼만 달래고 있구나


구월 지나 시월쯤엔 찬바람 날거야

너도 그때는 부디 행복하기를.

마른 잎 날리는 가로등 불빛 아래

긴 그림자 앞서가면,

멀리 삼포강에 수척해진 갈대 곁에 서서

너를 잠시, 아주 잠시만 생각하는

너는 물어보지도 않은, 더는 궁금하지도 않을

나의 안부인 줄 알아라.



*안물안궁 :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요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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