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소한 것 하나 취향이 없으면 안 되는 시대 같다.
스타일은 말할 것도 없고, 흔한 향수 하나 최애브랜드가 있다거나 하는. 심지어는 가방에 달고 다니는 인형조차 대충 들고 다닐 수 없다.
그런 걸로 치면 나는 취향을 말하라고 하면 아직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 전까지, 아니 결혼 후 얼마까지도 엄마의 취향에 다분히 순응적이었던 나였기도 했고, 어느 정도 독립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취향을 찾아 나에게 집중할 에너지가 좀 부족했지 싶다.(그나마 찾은 게 영화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내가 낳은 나의 아이는 취향이 확실하다.
이제 갓 꽉 채운 10년을 산 아이의 취향을 엿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내일 학교에 입고 갈 옷을 전날밤 정해두는 건 기본이요, 추구하는 스타일, 좋아하는 색, 운동화 브랜드, 그리는 그림체, 음식취향 등 사소한 모든 취향이 확고하다. 얼마 전에는 용돈으로 혼자 집 앞 문구점에서 지갑쇼핑도 했다. 보고 있으면 모든 면에서 나와 정 반대다.
아이가 얼마 전 질문을 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야?
- 가족
사람 말고
- 글쎄 좋아하는 게 뭘까
지금껏 난 스스로 하얀 도화지 같은 사람이라 포장했다. 누구와 어디에 데려다 놔도 이색 저색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요즘은 이것저것 덧칠된 채로 검은 도화지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뒤늦은 사십춘기의 취향 찾기.
마흔이 더 설레도 괜찮을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