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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ai park Jul 09. 2019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히어로에게도 어려운 워라밸 지키기

꼭 영화 속의 주인공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가치관의 충돌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일과 사랑. 가족과 회사. 공과 사. 개인과 집단. 그 외 여러 가지..  성인이 된 후로 끊임없이 부딪히며 내적 갈등으로 소모한 시간이 다들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아주 많이 나오는 단골 주제가 된 것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서 일지도 모른다.


주로 액션 영화 장르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정체를 가족에게 숨기며 일하는 주인공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적의 요구에 순순히 항복한다던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로 가족과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주인공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봐왔다.


여기 있는 피터 파커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너무나도 유명한 히어로인 동시에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퀸즈에 사는 서민 히어로인 그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이기도 하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부터 그랬다. 영웅과 평범한 고등학생 사이의 그 간극과 갈등이 이 영웅담의 주된 서사다. 그 지점이 바로 다른 히어로물과 결을 달리하는 스파이더맨만의 매력이며 원작자인 스탠 리와 스티브 딧코가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도 여지없이 예상했던 대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영화의 주 무대는 익숙한 뉴욕이 아닌 유럽이다. 친구들과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된 피터 파커. 유럽에서 그는 적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도 해야 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멋지게 고백하며 데이트도 해야 되고, 또한 어벤저스 일원으로 포스트-아이언맨에 대한 압박도 받게 된다. 16살 고등학생에게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수학여행인데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게 어쩌면 히어로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이 어려운걸 다 해내고야 만다.


영화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예상대로 흘러가고, 다소 좀 유치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이며 디즈니 입장에서도 최대한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 한 선택이라면 십분 이해 가능하다. 어쨌든 액션 시퀀스는 그런대로 보는 이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고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빌런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영화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엔드게임 이후의 시간대를 그리고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소 좀 강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은 <스파이더맨: 토니 스타크를 추억하며>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스파이더맨은 그 자체로도 아주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인데, 거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의 도구로만 사용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아직도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아무튼 피터 파커는 우여곡절 끝에 워라밸을 지키는 데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 줄 알았으나... 이어진 쿠키영상은 또다시 다가올 그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쿠키영상이 본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까지 깨트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소 좀 관객에 대한 기만이 아닌가 싶다. 영화가 끝나고 어떤 급한일들이 있으셨는지 쿠키영상이 나오기 전 상영관을 빠져 나가는 관객들도 있었다. 그분들은 대체 뭐가 되느냐 말인가.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쿠키영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쿠키영상 2개를 다 본 시점에서는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를 또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다음에는 토니 스타크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내고 피터 파커를 위한, 피터 파커에 의한, 피터 파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



PS: 쿠키영상은 2개다. 영화 끝나고 바로.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나오는데, 2개 다 봐야 된다. 특히 마지막 쿠키영상을 안 보면 영화를 안 본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꼭 봐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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