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에서 요트왕의 비자금 계좌를 발견하다

(단편소설) 마지막 행운 - 5

by 하기

파나마에서 요트왕의 비자금 계좌를 발견하다


파나마시티 공항에 도착하자 카리브해 연안의 야자수와 바닷바람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자 예약된 가이드가 SUV 차량을 몰고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주려고 왔다. 우리는 그 차를 타고 이번 출장을 계속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운전을 하는 가이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가이드는 한국에서 유학 온 한국 유학생이라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파나마에 한국의 슈퍼리치들이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많이 설립하죠?”하는 나의 물음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죠. 그중에서도 모섹 폰세카가 제일 유명해요. 위르겐 모섹과 라몬 몬세카라는 사람이 합작 설립한 것인데 10만 개 이상의 자회사가 있어 이 네트워크 속으로 돈이 들어오면 누구의 돈인지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는 구조예요.”


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답게 그는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우리에게 강의를 하듯이 페이퍼컴퍼니에 대하여 떠들어댔다.


“내일 가는 데가 모섹 폰세카의 자회사가 맞죠?”


“네. Y의 경우 요트마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100개 이상의 자회사에 요트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해놓은 상태라 서류 검색만 해도 반나절 이상 걸릴 거예요. 바다의 왕이라는 렉스 마리스에 대해서도 페이퍼컴퍼니를 통하여 소유하고 있죠. 소문에 의하면 이 요트는 Y가 직접 타고 다니며 세계여행을 즐긴다고 해요. 전 세계에서 온 미녀들과 함께”


부러운 듯 나를 보며 말하는 그의 천진스러운 표정에 나는 같이 온 현지희 조사관과 신혜주 조사관의 눈치가 보여 살짝 미소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호텔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나와 있어 우리는 짐을 맡기고 체크인을 하였다. 이미 날이 저물어 가이드는 내일 오전 11시쯤 우리를 데리러 온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갔다. 여행의 피로감으로 우리는 저녁을 빨리 먹고 오늘은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호텔 뷔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잠이 들기 전 나는 창가에서 파나마 운하가 보이는 파나마시티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도시는 잠들지 않고 밝은 네온사인과 광고판 등을 반짝이며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내일부터 진행될 금융추적조사가 잘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일이 아닌 관광목적으로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나는 피곤하여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모섹 폰세카의 자회사인 페이퍼컴퍼니의 사무실에 들러 Y의 선박에 설립된 단선 회사들의 재무제표와 주주명세를 확인하였다. 회사 측에서는 파나마 정부와 체결된 조세조약 상 상호 협조 규정을 명시한 우리의 공문에 대하여 미리 파나마 정부의 양해를 구한 상태라 순순히 자료제출에 응하였다.


영문학과를 나온 현지희 조사관의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주주들의 명세를 추적해보니 대부분의 단선 회사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름이 있었다. “이와무라 나오키” 일본 이름이었다. 우리는 Y의 실제 사무실이 대부분 일본에 소재하고 있어 일본 국세청의 조사를 받아 세금 추징이 된 사실이 기억났다. 인터넷을 통하여 이와무라 나오키를 검색해보니 일본의 유명한 패션모델 겸 배우였다. 그리고 그녀의 스폰서가 Y라는 소문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낸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환호를 질렀다. 이로서 Y의 선박을 가진 페이퍼컴퍼니의 실제 소유자가 Y의 연인, 아니 Y라는 사실이 간접적으로나마 처음으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 서류를 바탕으로 이와무라 나오키의 계좌에서 송금되는 돈이 스위스의 계좌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급하게 미국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에게 연락하여 스위스 계좌의 명의를 확인해 달라고 전화를 하니 1시간 정도 후에 연락이 왔다. 그 계좌의 명의상 주인은 Y의 외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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