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행운이 가져다준 뜻밖의 위기

(단편소설) 마지막 행운 - 6

by 하기

두 번째 행운이 가져다준 뜻밖의 위기



다음날 우리는 송무국 변호사들과 법무팀을 통하여 이 정도 증거면 요트의 실소유주를 Y로 볼 수 있고 가압류가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서울에 있는 직원들에게 서류를 팩스로 전송하고 때마침 인천항에 입항해 있는 바다의 왕이라는 랙스 마리스를 가압류하고 출항금지를 요청하였다. 출항 금지된 랙스 마리스의 출항을 위하여 Y는 일단 체납세금을 완납하였다. 10여 년에 걸친 국세청과 Y의 역외탈세 전쟁에서 국세청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두 번째 행운이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저녁에는 같이 출장 온 여직원들과 파나마시티 중심가에서 쇼핑을 하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소고기 요리를 먹으며 파티 같은 저녁을 보냈다. 식사와 함께 몇 잔의 와인을 마시고 2차로 호텔 바에서 독일식 맥주를 마신 우리들은 거나하게 취해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영희에게 귀국 사실을 전화로 알리고 귀국하면 결혼발표를 하자는 얘기를 하였다. 영희는 피곤할 테니 빨리 자고 그 얘기는 귀국하고 얘기하자고 하였다. 영희의 소극적인 반응이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나는 출장 결과의 성취감에 스스로 도취해 부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무관으로 특별 승진할 것을 꿈꾸며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들 포상과 승진이라는 꿈을 안고 귀국했지만 귀국 후 우리가 받아 든 것은 서울지방검찰청에 우리를 공권력 남용으로 고발한 Y의 고발장이었다.


Y의 변호사는 우리가 수색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하여 영장도 없이 가택을 수색하였으며 체납자의 재산이 아닌 아내의 그림을 압수하여 가져 갔다고 우리를 검찰에 고발하였다. 요트를 가압류하여 체납세금을 납부하게 된 분풀이를 이미 지난 수색에 대하여 고발함으로써 꼬투리를 잡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색에 참여하였던 젊은 변호사와 함께 대책을 논의하였다.


“최 변호사 지난번 압수 때 가져온 게 아내 소유라는 데 그 당시에는 그런 주장이 없었잖아?”


“이반장님, 아마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지금 주장하는 것 같아요. 지금 그림이 보관 과정에서 변색이 생겨 약간 문제가 있거든요.”


“그럼 아내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건 맞는 건가?”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자금증빙이 있어 돌려줘야 할 것 같은데... 그쪽에서 보관상의 부주의로 그림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 같아요.”


난감하였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금이나 금 이외에 가방이나 그림 등 보관이 어려운 물품 등의 압수는 자제하는 편이었는데 그날 신혜주 반장이 그림을 꼭 압류하여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갖고 온 게 사단을 만든 것 같았다. 그림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몇 번 지하서고에 내려간 것도 신혜주 반장이었고 나와 사무관 경쟁자인 신반장 때문에 문제가 생겨 나는 내심 더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나는 그 일에 책임을 지고 추적팀에서 나와야 했다. 지방으로 근무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 제주도의 상담센터 전화상담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림을 돌려주기는 했지만 그림의 파손 문제로 Y의 변호팀이 국세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소송에서 이긴 그들은 10억여 원의 배상금과 함께 책임자의 문책을 추가로 요구하여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체납담당자인 내가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나는 급하게 임대아파트의 전셋집을 비우고 제주도의 원룸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고 했는가. 불행의 다음 순서는 영희의 결별통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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