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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예쁘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by 그사이


비가 올 때면 해가 났던 날이 있었나 싶다.


분명히 어제는 청명하고 햇빛이 눈 부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이 예뻐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앞 산이 뿌예졌다. 우리글 이름 차례로 예쁜 이름을 붙인 태풍 <버들>의 여파인지 오늘 비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새벽에 나간 둘째 아이는 강변의 도로가 막혀 겨우겨우 출근시간에 맞추었다고 한다.

”오호! 나이스! “

하는 통쾌한 이모티콘을 보내니 신나게 춤추는 강아지 이모티콘이 돌아왔다.

내 마음이 편해졌다.


휴가지만 중요한 일로 나가는 큰 애가 옷을 차려입고 신발 고민을 한다.

“아이, 비가 많이 와서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데 옷이랑 안 어울리는 것 같지. 엄마? “

“글쎄. 괜찮은 것 같은데...”

뜸을 들이고, 조금 자신 없는 말투로 답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니 왠지 아이가 하루 종일 신발에 신경이 쓰일 것 같았다.

옷 갈아입을 새가 없으니 그대로 집을 나선다. 상큼한 연둣빛 장우산을 든 아이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 신발을 계속 내려다본다.

문이 닫히기 직전 신발에서 눈을 떼고 얼굴을 든다.

“어머, 예쁘다. 신발이 옷과 정말 잘 어울려.”

하니 갑자기 아이 어깨가 당당해진다.

예쁜 체하며 씩 웃더니 문이 닫힌다.

처음부터 그리 말해줄걸 그랬다.

나이스 이모티콘도 예쁘다는 내 말도 모두 진심이었고, 한결 내 마음이 편하다.

하긴 흙칠을 한들 내 눈에 안 예쁠까?

내 강아지.. 내 새끼인걸..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준다 하니 혼자 가겠다고 나갔는데 바짓단이 다 젖었다고 하며 웃는 강아지 이모티콘이 왔다.

‘네가 찰박찰박 거리며 걸어갔겠구나. 어릴 때 빗물구덩이를 까르르 웃으며 퐁당 뛰어들더니 그때처럼 재밌었으려나?‘


있잖니..

비가 오는 날엔 생각이 잘 안 나지만 햇빛 반짝이는 날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어.

해도 나고 비도 오고 눈도 오고

그게 바로 인생의 재미지.


어제의 맑은 날이 있었다
비 바람이 몰아치지만 곧 해가 나는 날이 또 올거야


해가 날 때였나
비가 올 때였나
내가 찾은 네 잎 클로버
넌 행운이야.

잊지 마.
해가 나도 비가 와도
너는 네 잎 클로버야.
네가 가진 잎을 활짝 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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