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마당에 핀 자주색 큰 꽃 무슨 꽃이에요?”
시댁을 들락거린 지 여러 해 지난 어느 날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모란꽃이지.”
“어머, 저게 모란꽃이군요.”
모란은 신라 진평왕 때 중국(당태종)에서 들어왔다. 선덕여왕이 공주 시절 모란 그림에 벌이 없는 것을 보고 모란꽃은 향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꽃이다.
“여러분, 이 꽃 무슨 꽃인지 알아요?”
학생들에게 꽃 사진을 보여 주면서 물었다. 학생들은 생전 처음 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도리질을 했다.
“모란꽃이에요. 이 꽃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학생들은 여전히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학교 담장에 피어 있어요. 못 봤어요?”
학생들은 공부에 지친 것인지, 계절의 변화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김영랑 시인 알아요?”
학생들은 이번에도 처음 듣는 이름이라는 반응이었다.
일제 강점기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및 삭발령을 거부했던 저항 시인으로 대표 시집으로는 『영랑 시집』,『영랑 시선』 등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시인으로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로 유명한데, 이 시 알아요?”
학생들은 이 시 역시 모른다고 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는 모란이 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해방에 대한 기다림과 절망으로, 다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며 해방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시다. 우리나라 대표 시로 수능 시험에 출제될 정도로 유명한 시이다. 필자도 고등학생 국어 시간에 배웠고, 복도에 시화가 걸려있어서 가끔 암송했던 시다.
모란꽃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하여 학생들에게 보여 주었고,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는 함께 낭송했다. 우리 대의 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아이들도 훗날 모란을 보며 이 시를 떠올리기를 바랐다. 가끔은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기를.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
4월 중순, 학교 담장 너머 높이 2미터쯤 자란 가지에 모란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붉고 커다란 모란꽃 사진을 휴대폰에 담았다. 모란꽃 곁을 지날 때면 향기가 가득 전해졌다. 이건 뭐지? 모란꽃은 향기가 없다고 했는데 모란 꽃향기 맞아? 알고 보니 향기가 없는 모란도 있고 향기가 있는 모란도 있다고 한다.
모란꽃은 붉은색과 흰색이 있다. 필자는 흰 꽃은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다. 모란꽃은 알려진 꽃 중에서 가장 큰 꽃으로 꽃 중의 왕으로 불린다. 꽃이 어찌나 큰지 두 주먹을 활짝 펼쳤을 때 크기로 족히 15cm 정도 된다. 꽃받침은 5개, 꽃잎은 8장 이상이다. 수술은 노란색으로 암술이 2~6개, 수술은 둥근 원을 그리며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모여 있다.
비가 온 후 모란꽃이 지기 시작했는데, 질 때 모습은 꽃잎이 아래로 축 쳐지면서 다소 민망하게 하나둘 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후 꽃받침과 암술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화려했던 꽃만큼이나 지는 모습도 색다르고 예뻤다. 자주치마를 입고 머리는 노랑이고 빨간 입술을 칠한 새색시 느낌이었다. 얼마 후에는 연두색 꽃받침이 마치 새로운 꽃을 피우듯 피어났다. 여느 꽃들과 지는 모습과 사뭇 달랐다. 꽃이 지고 나니 불가사리(5개) 모양의 초록색 열매가 생겼다. 모란이 팔색조로 변신의 변신을 거듭했다.
김영랑 시인은 5월에 모란이 핀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모란은 4월에 피었다가 5월 초에 꽃이 졌다. 7월은 초록색 잎이 무성하고 불가사리 모양의 열매가 한창이다. 열매는 9월에 익어서 주머니가 터지면서 종자가 나오고 종자는 둥근 흑색이라고 한다. 열매는 9월에 자세히 관찰해야겠다.
모란이 지는 모습은 마치 새로운 꽃이 다시 피는 듯 하다 "나는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은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며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좋아는 꽃이다. 모란은 풍요로움과 고귀함, 부귀영화를 상징하며 부귀화(富貴花)로 불리며 꽃 중의 왕이라고 알려졌다.
모란은 왕실 여인의 옷, 신부의 예복 원삼, 활옷에 모란꽃을 수놓았다. 선비들의 책거리 그림으로 모란꽃을 그렸다. 모란 병풍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며 주요 궁중 의례와 행사 사용했고, 민간 혼례 때도 사용했다. 현재 결혼식 폐백 원삼과 병풍에도 모란꽃이 수놓아 있다.
모란은 꽃 자체만으로 크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더구나 부기와 영화를 가져다 준다니 선조들이 많이 그릴만하다.
모란 그림은 삼국시대부터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나 남아있는 작품은 없다. 고려시대 모란 무늬는 청자매병, 청자주전자 등에 모란 문양을 볼 수 있다. 고려 고분(최사위의 묘)에서 발굴된 부장품이 발굴되었다.
조선시대 18세기 초반 모란도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궁중장식화로 모란도가 남아있다.
조선시대 작품으로 모란도(10폭 병풍, 작가모름)는 모란의 화렴함을 가지고 있으며, 묵모란도(심사정)는 흑백으로만 표현되어 있지만 모란의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이라고 해야겠다. 표암 강세황 ‘모란과 나비’ 는 조금은 절대되어 있는 듯 하다.
그림 속의 모란은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화려하고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선인들에 의해 전해지는 모란 그림을 보고 있자니 더 깊이 빨려든다. 모란이 더욱 매력있는 꽃으로 다가온다. 올 봄 모란에 흠뻑 빠졌다.
다시 모란을 만날 때까지 작품을 감상하고 시를 노래하며, 가끔은 그림도 그리면서 내년 봄 모란을 기다려야겠다.
작자 모름, <모란도 10폭 병풍>, 조선 1820년대, 비단에 색, 194.0×580.0cm(병풍 전체), 본8165,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심사정, <묵모란도>, 조선 18세기,종이에 먹,136.4×58.2cm, 덕367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세황, <모란과 나비>, 조선 18세기, 종이에 수묵담채,32.7×21.1cm, 개인소장 고려 최사위(960~1041)의 묘에서 발굴된 화운개. 장서각 소장
<모란> 자료출처: 네이버
학명 : Paeonia suffruticosa
분류 : 속씨식물문-쌍떡잎식물강-물레나물목-작약과-작약속-모란
나무 크기 : 1~2m
꽃피는 시기 : 5월 (이상고온으로 올해는 4월에 피었다)
꽃의 색깔 : 적자색, 흰색
꽃잎 크기 : 꽃잎 한 장 길이는 7~8cm, 폭 5~7cm
원산지 : 중국
재배 방법 : 씨와 포기나누기, 접붙이기, 10월~11월 상순에 심기, 메마르지 않은 양지바른 곳
모란의 활용 : 염증과 통증, 지혈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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