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출입구 계단에 작은 네모난 갈색 그릇(70~80cm) 수조에 물이 담겨 있고, 하트모양의 연둣빛 잎사귀가 몇 개가 둥실 떠 있었다.
‘수련인가? 아니지, 수련과는 잎이 조금 다른걸?’
수련이라기에는 잎이 두껍고 작았다. 수련은 보통 연못에서 자라는데 이렇게 작은 그릇 수중에서 자라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하트 모양의 잎사귀는 점점 많아지더니 수조를 가득 채웠다. 5~6cm 정도의 잎사귀도 있고 손톱만큼 작은 잎사귀가 맨질맨질 반짝거렸다. 잎 아래는 독특하게 공모양으로 동그란 주머니가 부풀어 올라있었다. 마치 공기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 식물은 언젠가 보았지만 자세히 관찰하지는 않았었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 자라고 어떤 꽃이 피는지 자세히 지켜보기로 했다.
3주(8월 중순) 만에 그곳에 다시 방문했다. 출입구 앞에 높여 있던 수조에 초록색 잎사귀와 함께 예쁜 연보랏빛 꽃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잎사귀 위로 높이 솟은 꽃대 끝에서 대여섯 개의 꽃이 피었다. 꽃은 독특했다. 이런 모양의 꽃은 처음 보았다. 꽃잎은 여섯 장인데 다섯 장은 연한 보라색이고 한 장은 진한 보랏빛을 띠고 있고 가운데는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이 꽃잎에 눈처럼 떡 하니 박혀 있는데 마치 나비의 날개에 있는 눈처럼 보였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는 듯했다.꽃잎 뒤쪽에는 털이 보송보송했고, 안쪽에는 대여섯 개의 긴 암술과 서너 개의 짧은 수술이 있는데 털이 보송보송했다.
‘참으로 신기한 꽃이로세. 어찌 이리 생긴 꽃이 있을꼬’
꽃이름은 부레옥잠화였다.
잎은 어류의 공기주머니인 ‘부레’를 닮았다고 하고 꽃은 아녀자들의 떨잠이나 옥비녀와 비슷하여 옥잠(玉簪)이란 한자어를 붙인 이름이다. 잎아래에 잎자루가 부풀어 있는데 공기가 들어 있어서 식물이 물 위에 뜨도록 한다. 또다른 이름으로는꽃잎의 노란색 무늬가 봉황의 눈을 닮았다고 봉안련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water hyacinth’라고 불리는데 물속에 히아신스라고 해야겠다.
부레옥잠은 아열대 식물로 원산지가 아메리카이며, 북아메리카, 일본, 중국 등지에서 우리나라에 귀화한 식물이다. 연못이나 호수같이 유속이 느린 수원지 등지에서 자란다. 원산지인 아메리카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한국에서는 겨울에 얼어 죽기 때문에 한해살이풀이다. 씨가 물속을 떠다니다가 다른 수중에서 자란다. 관상용이나 수질정화용으로 많이 기른다. 특히 중금속 제거 기능으로 알려져 있어 인공습지와 인공섬을 조성할 때 많이 이용한다.
부레옥잠을 호수에 심는다면 주의해야 한다. 부레옥잠은 번식력이 뛰어나 금방 호수를 뒤덮는다. 호수를 뒤덮은 부레옥잠은 광합성을 해야 하는 다른 수중식물이나 미생물의 생존을 방해하여 오히려 호수 생태계를 파괴한다. 우리나라 영산강은 3년도 안 되어 부레옥잠에 점령당해 강이 썩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판매를 금지한다고 한다. 부레옥잠은 수조에서만 재배해야 할 것 같다.
부레옥잠은 조단백(가공하지 않은 단백질)과 조회분(무기질),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가축의 사료로 사용한다. 그런데 영양소에 비해서 수분이 많아서 대중적인 사료로 사용하려면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부레옥잠은 연못에서 몇 번 보기는 했으나 꽃은 처음 보는지라 신기했다. 넋을 잃고 보고 또 본다.
전설하나 쯤 숨겨져 있을것 같은데 찾을 수는 없었다. 꽃말이 승리, 조용한 사랑이라는 블로거의 글은 보았다.
부레옥잠화가 피었다면 바쁘더라도 짬을 내어 사진으로라도 담아놓는 것이 좋다. 꽃이 하루만(3일은 피어 있었다) 핀다고 하니 꽃이 피었을 때 열심히 봐둬야 한다. ‘나중에 봐야지’라고 생각하면 꽃을 제대로 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