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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Feb 16. 2021

인지적 괴로움과 정서적 괴로움

나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괴롭습니다.


들어가며


사람마다 괴로움을 느끼는 구체적인 포인트는 다 다를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괴로움을 귀납적으로 접근하다가는 나는 도저히 어떤 글도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괴로움을 느끼는 어떤 지점을 두고 이 글을 읽을 모든 사람들은 앞으로 그 대목에서만 괴로움을 느끼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그건 일종의 저주 아닐까?). 그럼에도 명상이라는 분야에서 괴로움(苦)은 큰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명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괴로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때 배운 걸 써먹지 않으면 대체 언제 써먹느냐 싶은) 인지 심리학에서 늘 그렇듯 일부를 발췌하여 괴로움을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당신은 괴로움에 대해 잘 아나요?


우리는 언제 병원에 가는가? 아프면 병원에 간다. 그렇다면 아픈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아프면 병원에 가도 되고, 어떻게 아프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이러한 판단은 눈에 보이는 아픔(내과, 외과 등)일 경우에는 비교적 직관적인 편이지만, 정신적 측면에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들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정신 질환의 경우 실제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병원에 가는 것이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대체의학, 효능효과, 식이요법에 믿음과 신념을 적절히 섞어 이상한 요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그 과정에서 툭하면 명상을 갖다가 써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당면하는 정신적 '괴로움'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정의를 내려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서두를 요란하게 빼 보았다. 예를 들어, 명상은 살이 찢어지거나 멍이 들었을 때 경험하는 신체적 괴로움을 조절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아플 때는 진통제가 명상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며, 신체적 고통의 원인을 제거(예:수술)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다.


적절한 증상에 적절한 처방을 하는 것이 바로 '전문가'인 것이다.


하지만, 살이 찢어지고 멍이 든 과정에서 오는 생리적 고통이 아닌, 상처에서 오는 정신적 괴로움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운동을 하다가 발목이 돌아갔는데, 과연 이 다친 발목이 100% 정상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불안'이 생길 수도 있고, 한창 성장하던 중에 부상으로 인해 강제 휴식을 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우울'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이 맞물려 개인의 신체적 괴로움은 정신적 괴로움의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게 지각될 수도 있다. 


이처럼 괴로움, 고통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마다, 사람마다,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며, 단순히 물리적 손상에서만 온다고 하기도 어렵고, 정신적 고통 역시도 어떤 단일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괴로움이라고 하는 것을 단순한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괴로움에 대한 탐구 역시도 나에 대한 탐구의 일환이 될 수 있으며, 어떤 수준에서 탐구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고차원의 영역에서 탐구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다.



대표적 정신적 괴로움, 우울과 불안


현대인이 당면하는 대표적인 정신적 괴로움으로는 '불안'과 '우울'이 있다. 

실제로 정서적 괴로움을 개선하기 위해서 임상 영역에서, 그러니까 병원에 가서 처방을 해 주는 것 중 하나로

명상(MBCT, MBSR 등)을 활용하고 있다. 즉, 병원에서 불안 장애나 우울증 진단을 받을 경우,

'명상'을 처방받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노파심에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영역은 불안장애, 우울증이 아닌 불안감, 우울감에 대한 것이다. 불안장애,우울증과 불안감,우울감은 그 정도와 접근법이 다르다.

나는 임상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울증 및 불안장애가 있는 독자에게 이 글은 상식 습득의 차원 이상의 어떤 것도 담보하지 않는다. 우울증,불안장애과 관련된 명상 기반 처치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의료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우울증, 불안장애가 아닌 '우울감'과 '불안감'을 조절해야 하는 때가 언제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 문장이 정말 중요하다)

오랫동안 집안에 머물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눈에 띄게 경험하거나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 많이 떨리고 어려워졌거나,
나의 미래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잠을 설친다거나


등등, 불안과 우울이 나의 일상에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했다면

이러한 불안, 우울을 조절하기 위해 명상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코로나와 관련한 우울감의 호소를 covid blue라고 통칭하는데,

이런 시기가 다른 어느 때 보다도 명상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covid blue는 이제는 공식적인 하나의 질환이 된 것 같다



명상에서 다루는 또 다른 정신적 괴로움


불안과 우울 외에도 정신적 괴로움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또 다른 정신적 괴로움이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괴로움의 영역이기도 한 '인지적 괴로움'이다.


여러분이 일상에서 하는 '일'들은 특정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정보를 기억하고, 

여러 일 중 하나에 집중하는 등의 수많은 '인지 과정'의 결과물이다.

계획, 주의, 기억, 통제 등의 다양한 인지과정이 있다

나로 예를 들면, 나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남들은 별 다른 노력 없이 잘 기억하는 것들을

나는 노력해야 기억에 남길 수 있고,

뭔가를 외우는 유형의 시험에서는 죽을 쑤는 것이 기본이다.


이럴 때면 나는 무력감에서 오는 괴로움을 느끼곤 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괴로움이 '인지적 괴로움'이다.

Photo by Carl Heyerdahl on Unsplash

인지적 처리가 원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의 생산성,퍼포먼스가 기대한 만큼 나오지 못하는 데서 느끼는 괴로움을 '인지적 괴로움'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실, 정서적 괴로움과 인지적 괴로움은 원인이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괴로움의 '정서'를 느낀다는 점에서 정서적 차원에서 다뤄지는 경우도 있고, 두 영역이 칼같이 나눠지지는 않는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불안과 우울감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심한 불안감으로 인해 평소에 하던 일을 잘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나의 집중력, 기억력, 주의력이 예전같지 않고 퍼포먼스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괴로움을 느낄 때

그 때 명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치며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정서적 괴로움과 인지적 괴로움 모두를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둘 중 어떤 괴로움을 느끼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면서, 자신의 괴로움에 대해 한번 더 접할 수 있는 계기로 이 글이 읽혀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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