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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Jan 09. 2024

늘 새롭고 짜릿해! 활동적인 아이

자극추구/활동성


예전에 배우 정우성이 연예가중계와의 인터뷰에서 "잘생겼다는 말이 지겨운지?"라는 질문에 "짜릿해! 늘 새로워!"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장면이 밈(meme)이 된 적이 있었어요.



사실 '짜릿해! 늘 새로워!'라는 표현은 '자극추구(Novelty Seeking)' 기질 차원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글에 앞서 세 가지 행동 체계와 네 가지 기질 차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이전 글을 읽으시면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되실 거예요.



* TCI의 '자극추구'는 STS 및 STA에서는 '활동성', CBQ에서는 '외향성' 등의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TCI에서 사용하는 '자극추구'라는 용어를 사용하되, 다른 기질검사를 참고하여 기질적 특성을 설명하였습니다.


 


새롭고, 신기하고, 낯선 것이 당신 앞에 있다면?



지금 당신의 눈앞에 새롭고, 신기하고, 낯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자극추구' 기질은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여러 자극 중에서도 새롭고 낯선 자극을 접했을 때 반응의 개인차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극추구' 특성강할수새롭고 낯선 자극에 흥분되고, 행동을 쉽게 시작하며,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에 '자극추구' 특성이 약한 사람에게는 이 자극이 보상으로 느껴지는 정도가 약합니다. 새로운 자극보다는 익숙한 것이 더 편합니다. '자극추구' 특성이 낮으면서 '위험회피' 또는 '감각 민감성' 특성은 높다면, 오히려 낯선 자극이 불편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자극)에 대해 자극추구 기질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은 다음과 같이 반응을 하게 됩니다.



새롭거나 신기한 자극에 대해 :

익숙함 선호, 안정적 ↔ 탐색적, 쉽게 흥분

엄격한 규칙이나 규제에 대해 :

질서 정연, 절제된 반응 ↔ 자유분방, 감정을 쉽게 드러냄   

무언가를  판단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릴 때 :

심사숙고 ↔ 충동적, 기분파

돈, 에너지, 감정 등을 쓸 때 :

절제 ↔ 소비 선호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아이의 특징



아이들은 발달적으로 활동적인 모습이 있다고는 하지만, 모아놓고 보면 그중에서도 발군인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극추구(활동성) 기질이 높은 아이는 한 마디로 '에너자이저'입니다. 움직임이 많고 행동이 빠르며 호기심도 많습니다.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활발히 움직이며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아이이지요.


이러한 점 때문에 활동성이 강한 아이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사회성'이 높다기보다는 낯선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오히려 외향적이나 사회성은 발달하지 않은 아이의 경우 공격성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요).



발달적 측면에서 이 아이들의 강점은 높은 호기심과 행동력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것이 늘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다방면으로 자극을 흡수합니다. 특히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눈부신 발전을 이루기도 합니다.


반면에 주의, 조절, 통제 차원에서는 영 상성이 맞지 않습니다. 자신의 관심이 아니거나, 차분하게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산만해지고 지루함을 강하게 토로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자극에 대한 보상이 강하기에, 원하지 않는 자극에 대한 저항도 강한 편이거든요.


행동의 조절이 쉽지 않아 차분하게 규칙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는 집중을 어려워하고 때로는 저항을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충동적으로 위험하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여 부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아이를

만나는 이들을 위한 조언


 

저는 자극추구(활동성) 성향은 중간 정도이지만, 위험회피(조심성)가 꽤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자극추구(활동성) 성향이 매우 높은 아이들을 만나면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어요. 이런 제가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아이를 낳고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높은 미끄럼틀도, 개도 흥미로움의 대상이었던 아이


양육자, 선생님들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십니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다가도 적극적으로 반항하기도 하고, 넘치는 에너지로 우리의 혼을 빼놓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존중해 주는 것이 좋을까? 차분하게 활동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좋을까?



일단 '기질을 이해하고 수용하기''조절할 기회 주기' 이 두 전략은 마치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필수적입니다. 타고난 기질을 조절하는 능력은 최소 만 2세~만 3세는 되어야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자극추구(활동성) 기질이 높은 경우, 조절 능력의 발달이 더딘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아직 자신의 기질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면, 아이에게 직접 조절을 요구하기보다는 좀 더 단계를 쪼개서, 은근한 방법으로 전략을 짜야합니다.


1단계. 평소에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 주기

2단계. 주변 환경 조성하기

3단계. 활동 범위를 정해주기   

4단계. 조절하는 연습 하기


예를 들어 자녀가 생후 18개월인데, 조그만 고무공들을 주면 사방으로 던져댄다고 가정해 봅시다(사실 제 아이 이야기입니다). 공을 굴리는 방법을 시범 보여도 그냥 잡히는 대로 공을 던지는 바람에 집 안 물건들이 쓰러져 아수라장이 됩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어떤 아이는 "공 던지지 마!"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행동을 멈출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먹히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단계를 적용하자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단계. 평소에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 주기

 - 평소에 아이의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가 없으면 마치 억눌린 용수철처럼 뿅 하고 튀어나옵니다. 저는 키즈카페 가서 볼풀장에서 신나게 공을 던지며 놀게 하거나, 작은 볼풀장을 사서 아이와 함께 들어가서 놀았습니다.


2단계. 주변 환경 조성하기

 - 공을 하나만 주거나, 탄성이 적어서 사방으로 튀지 않는 재질의 공으로 바꿉니다. 아이가 공을 던지긴 하겠지만 동시다발로 물건들이 쓰러지지는 않으니 부모 속은 좀 덜 뒤집어질 것입니다.


3단계. 활동 범위를 정해주기

 - 놀이방, 볼풀장 등 특정 장소 안에서만 공을 던질 수 있게 합니다. 대신 허용된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 놀아줍니다. 활동 범위 안에서 노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보상이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4단계. 조절하는 연습 하기

  - 사람에게로 굴리거나, 힘을 조절하여 공을 던지는 방법을 시범 보입니다. 다만 아이에 따라 이 방법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전 단계로 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의 대화가 자꾸 어긋나나요?



'바둑 학원을 가면 아이들이 다 뛰어다니고, 스피치 학원을 가면 아이들이 전부 조용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부모 된 입장에서는 아이가 가진 기질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자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산만함을 걱정해서 자꾸 자제시키는데, 아이는 그런 부모가 힘겹습니다.


앞서 제가 4단계 전략을 설명했었는데요. '기질의 이해 및 수용'이라는 관점에서 1단계가 생각보다, 상당히, 중요합니다. 깨진 항아리에 아무리 물을 넣어봤자 채워지지 않는 것처럼, 1단계가 튼튼하게 받치고 있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부모 상담을 해보면 평소에 아이가 자신의 기질을 수용받고 발휘할 기회가 부족한 경우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특히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경우 주로 발산하고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에서도 주로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저항이나 공격 등)가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특히 어리면 어릴수록 조절 능력이 미숙하기에 더 그러합니다. 제 아이도 표현언어가 발달하기 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못할 때 냅다 자기 머리를 때리거나 바닥을 손으로 치는 행동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이를 아이의 인성 문제로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일 뿐입니다. 저는 자극추구 기질이 지닌 특유의 도전적인 성향과 투명한 표현성이 오히려 발달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육자로 하여금 왜 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거든요.


아이가 만족스러울 때를 관찰해 보세요. 도전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비율이 매우 적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의 기질과 싸우지 않고 협력해야 합니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가듯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해요. 조절을 가르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입니다. 아이와의 소통이 자꾸 어긋나고 끊임없이 불필요한 알력다툼이 생긴다면, 가장 낮은 단계부터 점검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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