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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Dec 29. 2023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더딘 아이

Thomas와 Chess의 기질 연구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느린 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 분류 기준을 제시한 연구자들이 (이전 글에서 잠깐 소개한 바 있었던)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이자 소아정신과 의사 A.Thomas와 S.Chess 부부입니다.


(좌) Stella Chess (우) 부부의 저서


이들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1950년대부터 133명을 대상으로 뉴욕종단연구(New York Longitudinal Study: NYLS)를 실시했습니다. 영아기에서 성인 초기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추적하며 관찰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영아들이 보이는 행동의 개인차를 다음과 같은 9개의 측면에서 정리하였습니다.



1. 활동수준: 일상생활에서의 신체적 활동량

2. 접근성(접근-위축): 새로운 자극이나 낯선 사람에 대한 반응 성향

3. 적응성: 새로운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 정도

4. 기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정서의 비율

5. 지속성: 목표지향적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정도나 끈기

6. 산만성: 외부자극에 쉽게 방해를 받는 정도

7. 규칙성: 먹기, 자기, 배변 등 생리적 기능의 예측 가능성

8. 반응의 강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반응의 강렬함

9. 반응 역치: 반응을 유발하는 데 필요한 자극 정도나 민감성(반응 역치가 낮을수록 민감성이 높음)



연구 초반에는 이러한 개인차를 '주요 반응 패턴(primary reaction peatterns)'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Michael Rutter가 이들의 연구 분야를 설명하기 위해 '기질(tempera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1966년에 NYLS 그룹도 이 용어를 채택하였습니다(최은실, 2020).




기질의 유형을 제시하다

 


Thomas와 Chess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9개의 기질 차원 중 5개(접근성, 적응성, 기분, 규칙성, 반응의 강도)의 차원에서 특정한 행동 패턴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을 바탕으로 영아의 기질을 크게 3개의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1. 순한 기질의 아동(easy child)


- 수면, 음식 섭취, 배설 등의 일상 생활습관이 대체적으로 규칙적

- 반응강도는 보통 수준

- 새로운 음식을 잘 받아들이며, 낯선 대상에게도 스스럼없이 잘 접근함.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 높음

- 대체로 평온하고 행복한 정서가 지배적



2. 까다로운 기질의 아동(difficult child)


- 생활습관이 불규칙하며 예측하기 어려움

-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이나 욕구좌절에 대한 반응 강도가 강함

-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늦음

- 낯선 사람에게 의심을 보임

- 환경에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늦음

- 크게 울거나 웃는 등 강한 정서를 자주 나타내며 부정적인 정서도 자주 보임



3. 더딘 아동(slow to warm up child)

* 이 용어는 '느린 아동(기질)'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자칫 발달이 느린 것과 혼동될 수도 있어 이 글에서는 '천천히 예열되는'이라는 의미의 '더딘 아동'으로 표기합니다.


- 상황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늦고 낯선 사람이나 사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점에서는 까다로운 아동과 유사

- 까다로운 아동과 달리 활동이 적고 반응 강도가 약함

- 수면, 음식섭취 등의 생활습관은 까다로운 아동보다 규칙적이지만 순한 아동보다는 불규칙함



연구에 참여한 영아 중 약 65%가 기질 유형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들 중에 약 40%는 순한 기질의 아동, 약 10%는 까다로운 기질의 아동, 약 15%는 더딘 기질의 아동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분류를 기질 차원과 연결하여 한번 더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나요? 여러분의 자녀 또는 주변의 아이는 어느 유형에 가깝나요? 가까운 이들을 떠올려 보시면 각자의 고유한 개인차를 더 잘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연구의 한계점과 의의



Thomas와 Chess는 아동이 가진 기질의 차원을 정리하고 분류한 선구자로 평가됩니다. 특히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느린 아이’ 기질 유형 분류는 유명해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서나 관련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지요.


순한 기질과 까다로운 기질
더딘 기질


그러나 부모님들에게 Thomas와 Chess의 분류를 알려드리면 “저희 아이는 느린 것 같기도 하고 까다로운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 아이도 규칙성이 낮고 반응의 강도가 강한 점에서는 까다로운 기질처럼 느껴지지만, 접근성과 적응성은 높은 편입니다. 까다로운 아이와 순한 아이의 혼합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는 Thomas와 Chess가 기질 차원의 여러 특질을 조합하여 가장 대표적으로 두드러지는 3가지 유형을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유형에 완벽히 대응되는 예도 있지만, 유형이 혼합되거나 그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아이들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기질을 행동 '유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사실 이러한 비판은 성격심리학 이론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사진 출처: unsplash


그럼에도 불구하고 Thomas와 Chess의 연구는 개인차로서의 '기질'에 주목하였다는 점, 생애 초기부터 나타나는 아동의 기질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Thomas와 Chess의 이론은 기질 연구의 물꼬를 트게 하였습니다. Rothbart, Buss와 Plomin, Goldsmith, cloninger, kagan 등 많은 학자들이 기질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학자들의 이론을 다루긴 어렵기에, 다음 시간에는 현재 기질검사로 가장 널리 쓰이는 TCI 기질 및 성격검사의 이론적 배경이 된 C.R.Cloninger의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질과 신경생물학의 연결점을 찾아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거예요!



참고문헌

권순만 (2017). <인간 이해를 위한 성격심리학>, 학지사:서울, 183-184.

최은실 (2020). 기질에 대한 고찰. 발달지원연구, 9( 3), 85-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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