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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Jun 04. 2021

MBA를 하기로 결심하다

좌충우돌 글로벌인재 되기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번째 인생의 선택은 MBA였다. 첫 회사에 근무할 때, 상무님의 협상 능력에 실망했었다. 당시 우리의 고객은 대학병원 의사들이나 외국 제약회사들이었는데, 고객들의 요구에 무조건 YES를 하는 것이다. 부당하다고 느껴졌고, 나는 준비된 임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원하는 걸 당당히 요구하고 얻어낼 수 있는, 인간관계와 협상에 탁월한 리더가 되겠다고. 이를 위해 영업도 해 보고, 나중에 MBA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뒤 외국계 제약회사로 이직하여 영업을 했다. 직장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인정도 받고, 월급도 웬만큼 나오고. 불편함이 별로 없는 생활을 하며, MBA에 대한 생각은 차차 잊게 됐다. 


영업 3년 후 그토록 원하던 마케팅의 브랜드 매니저가 됐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마케팅 부장님이 영업으로 옮기셔서, 우리 항암제 팀은 상사 없이 알아서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 동기와 마음도 잘 맞고, 전략을 세우는 일도 재미있어서 열심히 일했다. 가장 먼저 출근했고, 밤 11시, 12시에 퇴근을 해도 좋았다. 원하는 일을 하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걸 처음으로 경험했다. 행복했다. 


당시 회사는 매년 8월 이듬해의 마케팅 플랜을 아시아 마케팅 디렉터와 글로벌 브랜드 디렉터에게 승인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들 없이, 우리 둘은 밤낮으로 열심히 마케팅 플랜을 만들었다. 아시아 마케팅 디렉터에게 전화회의로 준비한 걸 발표했다. 그 회의에는 이전 마케팅 부장님, 당시는 영업 이사님도 참석했다. 발표 후 개운했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했으니까. 


다음 날 남자 동기가 나를 불렀다. 자신이 회의 종료 후에도 계속 그 자리에 있었는데, 아시아 디렉터가 영업이사님에게 혹평을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마케팅 플랜을 발표할 수가 있나? 정신과(CNS) 팀과 같은 회사에 근무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두 팀의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이해할 수가 없다.’


창피했다. 억울했다. 밤낮으로 더 이상의 노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는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억울함으로 일주일을 지냈던  같다

Photo by Danka & Peter on Unsplash


일주일 정도 지나니 억울함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었다. 이 상태로 일 년을 더 보내도, 난 마케팅을 정말 잘할 수 없겠구나. 주먹구구식으로 최선을 다해서는 이 싸움을 이길 수 없겠구나. 아시아 마케팅 디렉터도 너무 미웠다. 그 사람을 이기고 싶었다. 그러다 MBA를 진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마케팅이든 뭐든 제대로 배워와서 그 사람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고 싶었다. 몰라서 욕먹는 수모를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고. 제대로 배워와서 내가 너를 눌러주겠다고. 

 

창피함과 억울함은 MBA 반드시 가야겠다는 결심으로 바뀌었다2003년 1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p.s. 지금 생각하면 같은 상황에 다른 반응을 할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난 같은 결정을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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