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동료
나에게 구역을 인계해준 동료가 A형 독감에 걸려버렸다. 한눈에 봐도 안 좋아 보이는 상태인 것 같길래 왜 그러냐 했더니 A형 독감에 걸렸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동료는 아파도 쉴 수가 없다 했다.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아파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팀장의 그러한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니까 팀장도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바로 옆자리라 그런건지 팀장도 독감에 걸렸다는 것이다. 팀장조차 아파도 하는데 팀원은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열이 39도까지 올랐다는데 구역 배분이라도 좀 하던가 의견 조율 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마음속 생각은 뒤로 미뤄져만 갔다.
지금 내 현실이란 당장 내 몸을 챙기는 게 중요하기에 감기 걸린 동료의 옆에 오래 머물 수 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꼈다. 선뜻 그의 구역을 도와준다거나 말할 수 없었다. 현재의 내 물량조차 소화하기 버거운데 남의 구역 그것도 생판 모르는 지역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개인사업자이기에 혼자서 감당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들과 같은 환자의 입장이었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이제 온 지 얼마 안 된 무언가를 조율하고자 할 수 있는 위치일까? 아닌 난 애초에 이기적인 놈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렇게 난 오늘 그런 동료들을 두고 내 일을 하러 갔다. 일하는 내내 신경 쓰였지만 눈앞에 일이 많기에 일단 잊고 배달을 했다.
택배는 물량이 너무 많아도 문제다. 애초에 사람 혼자서 할 수 있는 량은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매번 늦은 시간까지 배달하다 보니 결국 병이 나는 것이다.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지쳐서 쓰러져 버릴지 모른다. 오지랖이 넓은 탓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들이 잘 해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해 씁쓸할 뿐이다.
그렇게 동료를 뒤로 하고 내 일을 하고 다음 날이 되었다. 다행히 동료와 팀장은 전일보다 겉모습은 나아 보였다. 하지만 감기가 좀 나았냐는 내 질문에는 아직 그대로라고 답변을 들었다. 자기 나름대로 버텨내기 위해 물량을 자체적으로 다음날로 미루고 소화할 수 있는 적정량을 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택배 4년 경력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무조건 해낸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해도 문제가 없으리란 판단이었던 것 같다. 생물같은 긴급 배송건은 당일날 배송하고 그 외에는 뒤로 물려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되는 날 배달하려는 모양이다. 고객은 당일날 받지 못해 싫어 하겠지만 그래도 우선 내 건강을 어느 정도 챙기면서 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내 코가 석 자이기에 도와줄 수는 없지만 다행히 동료가 쓰러지거나 이탈하지 않아 한편으로는 다행이었고 안쓰러워 보인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 몸 역시 그간의 피로 누적으로 인해 선뜻 발이 가지 않아 남을 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수수료 정산하는 날이 올 때면 하나라도 더 배달할걸 이라고 생각하면서 막상 배달하는 순간만큼은 하나라도 덜하고 싶은 마음은 내적 갈등에 휩쌓이게 만든다. 하루에 300개 배달하고 일당 30만 원이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피로감이 심하다. 육체적인 것과 클레임 전화건이 섞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첫날 겪었던 도주하고 싶은 마음을 또다시 가지게 만들어 버린다.
그럼에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일하고 있는 옆 동료들을 볼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데 안 힘든 척을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팀장 말이 6개월마다 한 번씩 현타가 올 때가 있다는데 그때마다 물건만 가져다 주면 끝인 일이라고 마인드 컨트롤 한다 했다. 나도 그 말을 가끔 상기시키면서 일을 하기는 하지만 내 몸이 피로해질 때면 가끔 부정하기도 한다.
어쨌든 아파도 견디고 일해야 하는 게 택배 배달이다. 아프지 않도록 건강관리 유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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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배달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