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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Dec 17. 2023

택배 배달일지 9화(택배배달 첫 월급)

형제들의 우애

월급

월급이라 표현하기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그냥 월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난달에도 받았지만 그때는 절반만 받아서 진정한 액수가 아니었기에 큰 의미가 없었다. 이번달에는 온전히 받았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수수료를 지급받고 처음 생각한 일은 나를 도와준 가족들에게 그 몫을 배분하는 일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인터넷 사업이 힘든 시기를 맞이했고 그 안에서 생활을 이어나가고자 다같이 합심해서 택배일을 시작한 것이기에 수익을 배분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조그마한 수익이라도 서로 잘 나누면 좋아할 것이라 여겼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일단 큰형에게 계좌를 알려달라 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둘째형에게는 내가 생각한 금액을 입금했지만 예상과는 달랐던 금액이었는지 갑작스러운 트집과 말다툼 끝에 입금한 금액을 돌려받게 되었다. "돈 필요 없으니까 가져가", "너 혼자 다해" 등 급작스러운 형들의 대응에 난 방향을 잃게 되었다.


난 형들이 고마웠다. 택배 일이라는 게 혼자서 해내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지번이 익숙해지고 택배에 대한 노하우가 있더라도 결국 사람이 물건을 들고 가져다 주는 일이기에 그렇다. 내 지역은 당연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하는 어려운 지역이며 그만둔 사람이 허다한 지역이다. 나도 가족이 없었으면 그 사람들처럼 도망쳤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난 더욱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게 자존심을 건드린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난 내 편의를 위해서 형제들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그러한 생각이 미치자 약간 미안한 감정마저 느껴졌다.


솔직히 사람이란 돈에 굴복할 수밖에 없고 결국 돈을 가진 자가 이기리라 여겼다. 물론 현실에 빗대어 본다면 어느 정도 맞는 사실이기도 하다. 매정하게 생각한다면 이랬다. 돈 필요 없다는데 잘 됐지 뭐 내가 다 써야지... 하지만 이 생각은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약간 장문의 카톡을 날렸다.


"한 달 동안 고생해서 급여가 들어왔고 고마운 마음에 보수를 나누고 서로 기분이 좋아졌으면 했는데 작은형은 돈 나한테 다시 돌려주고 큰형은 답장도 없고.. 날 위해 도와줬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 .. 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 혼자서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도록 노력할 거야 . 어렵지만 도와줘서 고맙고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어 . 힘든 시기 다같이 이겨내고 싶은 마음뿐이야. 일을 도와준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내일도 일을 해야 해서 자야 될 거 같아."


미안한 마음과 내일을 위한 준비를 위해 이 카톡을 하고 잠이 들어 버렸다. 이후에 큰형은 바로 고맙다고 답장이 왔고 작은형 또한 마음을 풀고 이전과 같이 지내게 되었다. 모질게 마음먹으면 그냥 남이다 생각하고 나 혼자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입장이 있는 법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길이 없고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기란 어려운 것 같다. 남들은 혼자서 고군분투 할 때 내게는 힘이 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특히 형제는 더 그런 것임을 이번에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사람을 한 명 쓰려면 일정한 보수를 줘야 하며 가족만큼 일해주는 사람은 사실 없다. 그렇기에 더욱 존중해주고 배려해야 했음에도 이상하게 잘 안 되는 법이다. 이번에 내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마치 바다에서 나혼자 다른 곳에서 낚시를 해서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가족들이 내 물고기를 쳐다도 보지 않고 안 먹는 느낌이었다. 나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고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운 형국이었다. 이럴 때 내가 느낀 점은 아 돈이 많아도 함께 하는 사람이 없으면 즐겁지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 외면 받을 때 외롭지만 사실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힘든 시기에 나라도 잘 살아야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거절하더라도 분명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올 테고 그때 도와주리라 마음먹고 쓴 글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풀려서 다행이지만 아직도 이 마음은 변치 않다.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데려다 택배일을 같이 하지만 사실 거의 태반이 아내와 싸워서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해보니까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내편이어도 결국 남이고 내 생각과 동조를 이루기란 어려운 법이다. 많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기란 어렵고, 몸이 지치면 정신도 지치기 때문에 배려해줄 여유란 없어지기 때문이다. 거의 그냥 나 혼자 하는 게 속편해서 그럴 것이다.


어쨌든 이번에 돈을 분배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날 위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마웠다. 좀 더 성장해서 좋은 일 있었으면 좋겠다."



택배 배달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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