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오해,분노,긍정,부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택배 배달은 분명 하기 싫은 일이 아니었다. 아니, 지금도 돌이켜보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아니다. 근데 왜 어느 순간부터 하기 싫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 처지를 비관했고, 내가 배송하는 구역을 폄하했다. 그래, 이건 분명 실장이 타 지역으로 옮겨준다고 해서 신이 났다가 여러 사람의 제지로 인해 이동이 무산되자 거기서 오는 박탈감이다.

재밌다고 생각했고, 내 지역이 어려워도 그것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사탄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어 그동안의 생각은 무시되고, 더 좋은 곳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다는 희망이 많은 생각을 뒤바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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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 봐야 남에게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게 되었고, 실제로 확인해 보니 이용당한 게 맞았을 때는 그 분노가 일 자체를 싫어하게 만들었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상담이 필요했다. 여러 지인에게 현재의 상황이 어떻고, 지금의 내 생각을 말해 보았다.

돌아오는 답변은

"거기 말고 더 좋은 곳도 많으니 새로 찾아보는 게 좋겠어. 꼭 거기밖에 없다고 안주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곳은 지역도 어려움이 많은 곳이잖아. 너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해."

"다른 일을 알아봐. 그것 말고 여러 좋은 기회가 있는 곳이 많다고."

어려움에 처해 직접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 현재 겪고 있는 상황과 협의점을 찾아보려 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대부분 쓴소리였다. 마치 사회 초년생이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토로했을 때 충고를 해 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하는 말이 우는 소리처럼 들린 모양이었다. 물론 그런 마음도 없잖아 있기는 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자 솔직히 기분이 별로였다.

택배 배송일이 분명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은 맞지만, 그렇다고 직업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세계도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공정하지 못한 처사에 화가 날 뿐이었다. 그러한 것을 바꾸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을 뿐, 이 일 자체를 부정하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게 약점이 될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느낌을 이번에 처음 받았다.

나는 대인배처럼 살고 싶어 그 사람이 날 비난할지라도 나는 포용한다는 자세로 살고자 했으나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지 못하고 비난할 때 남도 나를 비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치부를 드러내지 말걸 그랬다. 때로는 감정에 의해 말이 먼저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경솔함을 인정한다.

아직도 더 배워야 하는 때인 듯하다.

이제는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무리하게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효율성을 따져 팀 이동에 대해 욕심도 내지 않기로 했다. 힘든 구역을 미련맞게 계속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이 일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일임을 명심하고 유지하기로 했다.

내려놨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불렀고, 많은 이들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친 것을 인지하는 바이다. 좀 더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을 믿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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