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장에서 팀장과의 차량 주차 위치를 바꾼 지 4일이 지났다. 내 입장에서는 언덕에서 물건을 싣지 않게 되자 큰 부담을 덜게 되었다. 확실히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하며 물건도 예전에 비해 빨리 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팀장은 물건 싣는 속도가 느려졌고 얼굴에서부터 힘든 표정이 보인다.
가장 바깥쪽에 있다 보니 팀장은 팀원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 처했으며 거의 외부인이 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밖에서 일할 때는 몰랐지만 내가 안쪽에서 일해 보니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일단 안쪽에서 일을 하니 팀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한눈에 보이고 그날에 있었던 일, 오늘의 특별한 일정에 대해서 서로 공유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었다. "오늘 분류차가 몇 시에 들어오고 몇 대쯤 하차를 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알 수 있으며 오늘의 공지사항에 대해서도 전파가 잘 되었다."
내가 바깥쪽에서 일할 때 어떤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이렇게 힘이 없이 일하느냐고, 대화도 좀 하면서 하라고, 즐겁게 일하라고 말이다. 그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나는 지금 내 물건을 쉬지 않고 차에 코스별로 싣기도 바쁜 상태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라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었다.
바깥 언덕에서 일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택배 경력이 오래돼서 물건을 빠르게 싣는 법을 알아서 나만 느린 줄 알았다. 그래서 언제나 출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었는데, 그게 말을 잘 하지 않고 약간 어둡게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내가 맡은 구역이 그들끼리도 어려운 지역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내가 힘든데도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사실 그곳에서 일할 때는 누군가가 말 한마디 걸면 사실 기분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힘들게 물건을 싣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면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물론 항상 그렇게 매몰차거나 예의 없이 사람을 대하지는 않았지만, 기껏 대화를 청하러 온 사람 입장에서는 마음을 공유하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반대로 안에 들어가서 일하는 때에는 여유가 많아져서 옆에서 말 걸면 다 받아주고 유쾌하게 대화도 해 나간다. 그런 모습을 보고 다른 쪽 팀장은 바깥에서 일하다가 안에 들어오니까 얼굴이 피었다는 말을 했었다. 나도 안과 밖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고 있었다.
한편 바깥으로 나가게 된 팀장은 자신의 영향이 팀에 잘 미치지 않는다고 여기는지 오전에 따로 미팅 시간을 갖는다든가 카톡이나 밴드로 전파 사항을 말할 때가 많아지게 되었다. 바깥에서 일하면 사실 대화할 틈이 별로 없다. 특히 언덕에서 일할 때면 물건이 자꾸 기울어지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서 실어야 하기에 그렇다.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가는 팀장의 모습에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팀의 팀장인데 가장 안 좋은 위치에서 일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고생한다고 볼 수 있지만, 외부 팀에서 보았을 때는 팀원들이 팀장이 저런 곳에서 일하게 놔둔다며 뭐라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내가 바꾸자고 한 게 아니고 팀장이 직접 자리를 바꿔서 다른 팀에 목소리를 내야 자리 구역 조정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한 일이기에 만류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