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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Nov 14. 2024

무언의 투쟁, 그 뒤에 감춰진 진실

결단과 균형의 갈등

겨울철 주차장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팀장이 언덕에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벌써 2주째다. 직접적으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리를 내어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의 압박식으로 투쟁하고 있는 셈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팀장은 나름의 계산과 전략으로 반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점차 야위어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 소리 없는 투쟁이 과연 성과를 얻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여러 사람이 그와 내가 자리를 바꾼 것에 의아함을 표하며 왜 바꾼 것인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나도 그 언덕에서 분류 작업을 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사람들의 자리 양보는 없었고, 이에 팀장이 자신이 직접 그 자리에 가서 투쟁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 것이 전략이었다.


야위어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냥 다시 원래대로 하자고 말을 할까 싶다가도, 팀장이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기에 섣불리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외적인 변화에 대해 어디 아픈 것이 아니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팀장은 자신으로 인해 내가 타 지역으로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이 그렇게 사방팔방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팀으로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유리한 길을 팀장이 막은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실상은 막은 게 맞기 때문에 더욱이 주차에 미련을 가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겨울철에 언덕에 있는 차를 내부로 진입시키고 셔터를 내리기 위함으로만 알고 있다. 내가 다른 지역으로 가려 했다는 이슈가 사람들 내에 터지게 되면 혼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들어온 순서대로, 일명 짬순으로 지역 이동을 하는 규율이 있었기 때문에 제일 늦게 들어온 사람이 신도시로 이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분명 너도 나도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은 모두가 같은 심정이다. 또한 내 구역은 누군가가 그렇게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구역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벌써 여러 명이 하다가 포기한 구역이기 때문에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팀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팀장이 나서서 하고 있는 것이라 나 또한 기다려 보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구역 문제는 단순히 서열 순으로 한다거나 보상 체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입장이다.


모두가 공평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형평성에 맞게는 조정을 해야 하는 게 맞고, 각자의 사정에 맞춰서 구역 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할당된 구역은 어느 정도는 반드시 소화해야 한다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시행되지 않으면 누구라도 더 좋은 자리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오면 거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좋아도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오래전부터 어려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버티면 다른 자리로 옮겨준다는 약조가 이런 사단을 만든 것이다. 팀장도 그들에게 해놓은 말이 있기 때문에 더욱이 앞장서서 해결하려 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해결이 잘 될지는 미지수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고, 각자의 일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어떤 한 사람이 지역이 고되건 언덕에서 일하느라 진이 빠지건, 모두 남의 일이기에 그런 것이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난번 물량 폭탄과 같은 일이 벌어져도 개선되는 게 없는 것이다. 분명 구역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임에도 자신들의 구역 지키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새로 온 사람들이 버텨내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


누군가는 한 달에 6천 개를 소화하는데, 누군가는 한 달에 3천 개를 소화한다. 2배 넘게 차이 나는 물량은 분명히 문제가 있음에도 개선의 의지가 없다. 구역 최적화를 해놓았기 때문에 시간 낭비를 하기 싫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난코스 지역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피해자를 만들게 된다.


배송이 쉽고 빨리 되는 곳만 하려 하다 보니 남아 있는 지역을 배송하게 되는 사람은 고생하게 된다. 자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지역만 배송하고 싶어 하고,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게 문제다. 물량을 안 주기 때문에 다른 쪽에 가서 받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그 사람이 고마워서 내 구역 중 일부를 그에게 주었다”라는 논리에 의문을 가져본다.


끝으로 팀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올해 들어 30kg이 빠졌다고 하니,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눈 밑 다크서클이 그의 피로함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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