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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Dec 08. 2024

겨울 성수기, 늘어나는 물량과 팀장의 부담

구역 불균형 속에서 팀은 어디로 가는가

겨울은 택배업에서 가장 바쁜 성수기 중 하나다. 차갑게 내리쬐는 바람은 사람들을 집 안으로 밀어 넣고, 움직임 대신 택배를 선택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물량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조금씩 늘어나는 물량은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두고는 급격히 증가한다.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바쁜 계절, 차가운 계절, 그리고 묵직한 계절.


그러나 단순히 물량이 많아진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팀장이 맡고 있는 구역의 물량은 특히 심각하게 늘어난 상태다. 단순히 겨울철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구역에 새로 입주를 시작한 지역들이 있었고, 그 지역들이 팀장의 어깨를 더 깊숙이 짓누르고 있다. 물량은 너무 빠르게 늘어나고, 그 무게는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 밤 늦게까지 배송을 이어가야만 겨우 해낼 수 있는 업무량, 그마저도 일부는 다음 날로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져 간다.


사실, 처음엔 내가 이 신설 지역의 일부를 맡아 분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미 다른 동료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은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나는 손을 내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팀장의 무게를 외면한다고 해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팀장은 그저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그의 표정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팀장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구역 조정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 구역을 조정했고, 그 결과로 불균형이 발생했다. 물량 증가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이 불균형은 팀장의 부담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러나 이 불균형은 팀 전체가 짊어져야 할 문제임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길 뿐이었다. 팀장은 지치고 있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직접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 때로는 자신이 많은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언가를 억누르고 감추려는 노력이 있음을 나는 안다.


가끔 이런 생각이 스친다. 만약 팀장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쓰러진다면, 그 자리가 내 몫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내 구역은 쉬운 지역이 아니다. 누구도 선뜻 맡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서 실망감을 느낀다. 나는 언제부터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다른 사람의 고통 속에서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이 갈등은 스스로를 더욱 작게 만들고, 그 자괴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본다.


내일은 회식이다. 그 자리에서는 이런 복잡한 마음을 내비치지 않을 것이다. 팀원들 사이에서, 그리고 팀장과 마주하며 좋은 이야기가 오가기를 희망할 뿐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묵직한 질문들이 떠다닌다. 과연 이 팀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리는 이 겨울의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각자 자신만의 이익을 좇으며 더 깊은 추위 속으로 걸어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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