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삶은 마치 반복되는 계절처럼 일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리듬에 갇혀 있었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 집을 나섰다가, 다시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돌아오는 날들이 이어졌다. 겨울이 깊어가며 물량이 급증한 탓도 있었지만, 동료의 차량이 갑작스럽게 고장 나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원에 나선 것도 큰 몫을 했다. 게다가 직영 직원들이 잇따라 떠나면서, 그들이 남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내 어깨 위에 얹힌 짐은 더 무거워졌다.
물량이 늘어난 이유가 어찌 되었든, 수익이 늘어난 건 마치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내가 돈을 좇은 적은 없지만, 여러 곳에서 "이 일을 맡아 달라"며 상을 내미는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하지만, 내 몸은 끝없이 견딜 수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 언젠가는 그 상을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과도한 노동은 결국 그 상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게 무게에 짓눌리는 감각이 점점 더 깊어질 무렵,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 역시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팀장은 이미 가벼워진 몸에 더 무거운 짐을 얹은 듯,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얇은 가지처럼 점점 더 쇠약해져 갔다. 그의 헬쑥해진 얼굴을 보며, 내 짐도 결코 가볍지 않지만 나보다 더 힘든 짐을 짊어진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다.
최근 그의 살이 눈에 띄게 많이 빠진 게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자리를 원래대로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보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지금 자리가 더 좋다며 고개를 저었다. 물량을 조금 줄이거나 좀 더 편한 곳으로 옮겨도 괜찮을 것 같은데도, 그의 생각은 단단히 굳어져 있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버티게 하고 움직이게 만드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득 '가장'이라는 무게가 그의 등을 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듣다 보면, 또 다른 의문이 떠오르곤 했다. 팀장을 둘러싼 온갖 루머들은 그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그 대가로 혼자만 이익을 챙긴다는 말들이 정말 사실일까? 만약 그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많은 직영 직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은 그를 시기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요즘 들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각자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때로는 진실을 가리고, 오해를 키운다. 그 안에 진실이 섞여 있더라도, 대개는 자기만의 관점에 갇혀 상황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의 판단이 얼마나 실상과 달랐는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 대한 험담은 그 사람을 나쁘게 인식하게 만들고, 결국 외면과 고립으로 이어진다. 그런 상태에 놓인 사람이라면, 아무리 말로 설득하려 해도 소용이 없을지 모른다. 오히려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그의 말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가장 강력한 방법일 것이다.
자신의 구역이 어렵고 다른 사람은 더 좋은 구역을 맡고 있다는 비교는 일을 더 힘들게 만든다. 일 자체를 즐기며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내 지역은 형편없다'는 인식은 점차 마음을 비관적으로 물들인다. 평소에는 이를 의식하며 스스로를 다잡으려 하지만, 가끔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귓가에 스칠 때면 실망감이 고개를 든다. "너희 팀 지역은 안 좋아," 혹은 "너희 팀장은 대단지 아파트를 차지하려고 그 지역을 맡은 거야" 같은 말들이 그중 하나다. 그런 말들은 단순한 풍문일지라도, 듣고 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나는 고단한 일상과 주변 환경에 대한 불만 속에서도, 타인에 대한 공감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혼란과 갈등도 분명 쉽지 않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 현실의 무게가 때로는 나를 짓누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내면의 중심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