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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결국 내가 움직였다

by 대건

타지역으로의 이동 계획은 이미 3월 중순에 나왔지만, 여전히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쯤 옮길 거냐는 주변의 따가운 질책 속에서, 나 역시 점점 의구심이 커져 갔다.


정말 나를 이 팀에 붙잡아 두려는 거짓말이었을까? 아니면 퇴사를 결심했던 사람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다시 일하기로 한 걸까?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결국 모든 고민의 끝에는, 내 자리에 들어오기로 약속했던 그 사람의 문제가 남았다.


물론 그에게 확정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고, 무산될 수도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기존 직장을 정리하고 우리 회사에 들어올 준비를 마친 그에게,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는 어려웠다. 그는 벌써 보름째 대기 중이었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6월, 7월, 아니 8월까지 넘어갈지도 모른다. 대기 중인 사람은 몇 달째 허공만 바라보는 처지가 될 터였다. 그래도 5월 안에는 결론이 나길 바랐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나는 스스로 답을 찾기로 했다. 그 사람이 정말로 버스 업계로 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말만 그런 건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버스 회사와 취업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여러 곳에 문의해 본 결과, 현재 버스운전자격증 시험 일정은 이미 7월까지 모두 마감돼 있었고, 신규 채용 계획도 없었다. 다른 회사들은 아예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의 주7일 배송 여파가 원인일 수도 있었다. 주7일 배송으로 쉴 날이 없어진 택배 기사들이 버스 업계로 대거 전향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실제로 문의한 회사에서도 요즘은 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 사람이 실제로 버스를 하려고 한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도 아니고 여건상 바로 그만둘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왜 계속 애매하게 답을 해왔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동할 예정이던 지역의 인원이 퇴사 의사를 번복했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내 이동 계획도 무산됐다.


하지만 그 지역은 곧 신규 사원을 채용해야 했다. 신도시였고,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가 7월이나 8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었다.


후임자에게 모든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그 사람이 정말로 퇴사할지, 아니면 남을지 확실해지면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지만, 7월이나 8월은 너무 늦다고 했다.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고, 자신을 찾는 곳도 많다고 넌지시 말했다.


나는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그쪽으로 가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애초에 팀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바로 팀장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팀장은 “그럴 리가 없다”며 즉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팀장은 그가 실제로 버스운전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며, 아버지 지인의 소개로 한 버스 회사에 거의 확정적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들었던 ‘그만두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잘못된 정보였음을 깨달았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추측이 혼란의 원인이었다.


진실을 알고 나니 방향은 분명해졌다. 그는 자격증과 교육을 이수하면 결국 움직일 것이고, 내 이동 시기도 7월이나 8월쯤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불확실했던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황을 듣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 후 다시 후임자와 통화했다. 그는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나는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편하게 가셔도 괜찮습니다”라고 한 번 더 말했다.


왜 항상 내가 직접 나서야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결론이 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일이니 내가 알아봐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늘 따라다녔다.


그래도 이번에도 내가 발 벗고 이쪽저쪽 알아보고, 고민하고, 궁리한 끝에 조금은 진전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후임자가 다른 곳으로 마음을 돌릴지, 아니면 함께 남을지는 아직 모른다. 여전히 변수는 많지만, 나는 그 모든 불확실함을 안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우리 팀에 인원을 한 명 더 충원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후임자는 곧바로 투입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확정되지 않은 채, 여러 사람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움직여야 하는 현실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잘 되기를, 좋은 방향으로 풀리기를 조용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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