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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Nov 16. 2022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옮긴이 최고은

이번엔 반드시 알아낸다.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일 것이다. 모든 이야기는 연관이 있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과거 안에 해답이 있다. 무조건 돈아 니면 여자 문제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끌려가서 현재 보이는 것만 보면 범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늘 겪는 것처럼 또 찾지 못했다. 예측이 된다면 아마 안 읽을 것 같다. 

    

이 책은 2020년 11월에 발행된 것으로 그의 책중에는 최신판이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식으로 내용 전개가 이루어지며 각종 도로에 설치되어 있는 cctv 혹은 화상회의를 이용한 범인 찾는 내용들이 나온다. 가끔 그의 과거 책들을 보면 삐삐를 쓴다거나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 책에는 당연히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아무튼 그의 과거 책들을 읽다 보면 가끔 현재를 배경으로 쓴 책을 읽었으면 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스마트폰이 어쩌고 하는 내용이 들어있어서 아 이 책이 현재를 배경으로 쓴 책이구나 했다. 그래서 내심 기분 좋게 읽은 책이었다. 왜 현재를 배경으로 쓴 책을 읽고 싶었냐면 가끔 그의 트릭들이 과거니까 가능했다는 생각이 드니 별로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에서 나오는 트릭들이 현재에 쓸 수 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작가가 그런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술사라는 인물을 만들어서 메꾼 걸로 보인다.   

 

여느 다른 책에서는 항상 경찰이 모든 문제를 파헤치고 수사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책은 마술사가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를테면 독심술에 가까운 능력으로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며 모든 상황 전개가 그의 바람대로만 이루어져 간다. 중간에 실수하는 부분은 없으며 너무도 완벽하게만 그려져 간다. 아마 현재의 경찰로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들이 많았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전화통화하다가 상대의 핸드폰을 바꿔챈다음에 사진을 전송한다던가 상대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눈대중으로 알아내는 등 말도 안 되는 전개들이 이루어진다. 물론 그런 행동들이 없었다면 이야기 전개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역시 내용에 빠져드는 것은 작가만의 능력인 듯싶다.  

    

책 중간에 마술사 삼촌이 조카에게 무언가를 알아내 오라고 시켰는데 그걸 못해내니 “쓸모없는 녀석”이라고 핀잔주는 부분이 있었다. 단순한 내용 같지만 내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기분이 상했을 것 같다. 범인이고 뭐고 삼촌 혼자 알아내라고 했을 것 같다. 왜냐면 상황 전개 내용을 마술사 삼촌만 알고 있고 주인공인 딸은 아무것도 모른다. 안 알려주기 때문이다. 물어보면 나중에 알려준다 속 터지는 상황 전개이다. 아마 주인공 딸의 시점을 독자의 시점으로 두고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읽어도 추리해 낼 수가 없다. 중간중간 퍼즐을 보여주지만 역시나 모른다. 매번 그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책의 90% 정도 읽었을 때 

알게 된다. 그렇다 저자가 알려줘서 안다. 아니 그럴 수가 하면서  

   

이제 대충 저자의 패턴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처음과 똑같구나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을 미궁에 빠트리고 마지막에 가서 감탄하게 만들까 하고 고민만 하나 보다. 대중성을 띄기 위해서 동창회라는 것을 이용한 점도 그렇고 장례식장에 조문 오는 것까지 소재로 쓰는 걸 보면 대단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에 비해 책 제목은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

아마 결말을 추리하지 못하게 전혀 상관없이 쓴 거 같다. 

    

근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초반에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굉장히 비협조적으로 나오며 살인사건이 벌어진 장소에서 내 집이니까 나가라고 하고 영문을 모르겠다. 경찰과 전혀 대치할 문제가 아니었다. 하긴 같이 해결했으면 아마 쉽게 끝났을 것이다. 은근히 경찰과 대치하는 게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 넣은 거 같기도 하다. 

    

경찰이 약간 무능하게 나오는 설정이다. 경찰이 용의자들에게 심문할 때 누구한테도 얘기할 테니 우리한테만 얘기해라 라던지 상부에 물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등 너무 힘이 없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힘 있는 상사를 데려와라라고 했을 것이다. 아무리 부하 직원 이라지만 너무 힘없이 나온다. 말단 경찰이 생각하는 것은 거의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는 걸로 나온다.    

 

책에서 마술사의 설정은 거의 심리학자이다. 물론 저마다 사람들이 어떤 특정 행동을 할지 추측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마술사는 상대의 말 몇 마디 하는 것을 보고  

거짓인지 아닌지 판별이 가능하며 본인의 말에는 모든 수가 깔려 있다 한다. 또한 마술로 떼돈을 벌었음에도 조카에게 밥을 얻어먹는 설정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돈이 있는데도 얻어먹는 설정은 괴짜인 것을 보이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에도 재미있는 소설 한 편 잘 읽었다. 딱히 교훈을 얻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공감 가는 부분은 있었다. 이를테면 만화를 연재하기 위해 소재를 찾는 부분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멋진 소재를 떠올린 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한 것 같다. 갑자기 지어낸 소재로는 재미가 없다. 창작의 고통인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도 창작의 고통을 느낄지 궁금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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