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내 행동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감정은 도무지 예의란 것이 없어, 시시 때때로 고요한 일상에 침범해 한바탕 정신을 어지럽힌 뒤 유유히 사라진다. 그러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불현듯 나타나 애써 잊고 싶은 감정을 집요하게 들추어내고 만다.
얄궂기 그지없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걸..'
'좀만 더 참을 걸..'
'좀만 더 부드럽게, 예의 있게 말할걸...'
골백번 후회한다해도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던 그 당시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야만 한다.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행동 자체의 옳고 그름이 아닌, 그것을 통해 직면한 상황을 책임지려 했던 스스로의 태도에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처럼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허허실실 얼버무리거나 혹은 상처 받아 피를 철철 흘리는 자신의 내면을 애써 외면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에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는 실수를 통해서만이 '성장'하도록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과거의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가 이제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도, 그것은 지금보다 정신적, 경험적으로 한참이나 미성숙했던 당시의 자신으로서는 불가피했던 과정이었을 뿐임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당시의 내가 반드시 틀렸다거나 지금의 내가 반드시 옳다는 장담 역시 누구도 해줄 수 없다. 단지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보다 백번은 나을 거라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며, 지금의 나라도 당시의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그때의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 패턴을 '기질'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과거의 행동에 대한 지나친 후회와 자책은 우리 모두 결국 죽고 만다는 유한한 삶의 관점에서 보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는 소모적인 감정일 뿐이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눈물겹도록 소중한 하루하루에 자발적으로 똥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
결론적으로 후회라는 것도 결국 지금의 내 선택이 만들어낸 행동의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자유의지에 따르기 때문에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는 것과 현재와 미래에 더 집중하는 삶 중에
어느 쪽을 정할지도 결국 누구의 강요도 아닌 지금 자기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