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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Aug 15. 2020

예민 보스? 프로 불편러?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게 산다는 건 

내가 가진 남들과 '조금' 다른 성향은 나라는 사람을 수시로 다양한 닉네임으로 타인과 구분시키곤 한다. 

학창 시절에는 '개혁가'였던 내가, 사회인이 된 직후에는 '예민 보스'로 바뀌어 있었고, 최근에는 '프로 불편러'가 되었다.   아마도 앞으로의 유행에 따라 또 다른 별명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외양을 바꾼다고 해도 결국 본질은 하나다.   나라는 인간이 '주변 자극에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난 좀 예민하다.

  

과거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고, 더더욱 이렇게 글이라는 근거가 명확히 남는 형태로 표출하는 것은, '그래요, 나는 문제가 좀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공식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아무도 그럴듯한 설명은 해 주지 않았지만, 조용히  직장 상사가 불러내서 "너는 좀 예민한 것 같아"라고 단정하는 순간 사태의 본질은 사라지고 모든 귀책사유가 나의 예민함으로 귀결되는 경험을 수 차례나 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바뀌었다고 믿고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오감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보이는 것에 민감해서 최대한 단정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치장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며,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오히려 주변 사람까지 놀라게 만들거나, 낯선 냄새에는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으로 코를 킁킁거리기 일쑤고, 단 한 입에 음식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이러니 세상 사는 게 마냥 편할 리가 없다.  


게다가 육감도 발달하여 비언어적인 요소를 통한 분위기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한다.  

'어? 방금 왜 저런 눈빛으로 나를 봤지?''어? 평소보다 목소리 톤이 차분한데 무슨 일 있는 건가?' 

그러다 보니 매일 만나는 사람들, 매일 이용하는 버스, 매일 지나다니는 길 조차도 나의 감각 안에서는 '어제와 다른' 변화무쌍한 생명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마치 온몸에 '더듬이'를 가지고 살아가듯 주변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과도하게 많은 에너지를 쓰고 그로 인해 남들보다 빨리 피로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로 몇 날 밤을 설치는 것은 다반사이다. 


그런데 이런 성향이 '장점'이자 어떤 면에서는 '재능'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그 계기는 바로 나 같은 사람을 다룬 'Highly Sensitive Peron(HSP)'라는 책이었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들' 

'이들은 예민한 만큼 감정이 풍부하고, 뛰어난 직관력으로 통찰력을 가지며,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하여 배려심이 높고 분위기를 잘 파악한다.' '반면,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더 많은 자극으로 인해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엄격하여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책감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일도 많다' 


그래서 이제 나는 어디에서든 당당하게 '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민함'이 '문제'로 인식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예민하지 않음'이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점도 아니라는 것도 강조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런 작은 시도가 쌓이다 보니 예전보다 한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으며, 좀 더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처음에는 나의 커밍아웃(?)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점차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도 '따지고 보면 예민해서 나쁠 건 없는데?'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제는 더 이상 나의 내면을 숨기며 부끄러워하거나, 애써 남들 보기에 '예민하지 않은' 모습으로 코스프레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멀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비로소 '찐 내 모습'으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당당하게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  


"저 좀 예민해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언행에 특별히 주의를 부탁드릴게요. 저도 상처 받고 싶지는 않거든요."




끝으로 '민감도 테스트 항목'을 첨부한다. 12개 이상에 'YES'라고 응답했다면... 당신도........??? 


[민감도 테스트]

1. 나는 주위의 미묘한 것들을 인식하는 것 같다.

2. 다른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받는다.

3. 통증에 매우 민감하다.

4. 바쁘게 보낸 날은 침대나 어두운 방 또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로 숨어 들어가 자극을 진정시켜야 한다.

5. 카페인에 특히 민감하다

6. 밝은 빛, 강한 냄새, 거친 천, 또는 가까이서 들리는 싸이렌소리 같은 것들에 쉽게 피곤해 진다.

7. 풍요롭고 복잡한 내면 세계를 가지고 있다.

8. 큰 소리에 불편해진다.

9. 미술이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10. 양심적이다.

11. 깜짝깜짝 놀란다

12.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야할 때 당황한다

13. 사람들이 불편할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지 안다

14. 사람들이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짜증난다

15. 실수를 저지르거나 뭔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16. 폭력적인 영화와 텔레비전 장면을 애써 피한다.

17.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긴장한다.

18. 배가 아주 고프면 주의 집중이 잘 안되고, 기분 또한 저한된다.

19. 생활의 변화에 의해 동요된다.

20. 섬세하고 미세한 향기, 맛, 소리,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긴다.

21. 내 생활을 정돈해서 소란스럽거나 당황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22. 경쟁을 한다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하거나 소심해져서 평소보다도 훨씬 못한다

23.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민감하여 숫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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