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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Aug 18. 2021

당신의 건강은 어떤가요

불행한 줄 알았는데 행복이었네…나를 사랑하자, 아끼자, 부지런해지자

몇년 전 처음에는 무서운 현실을 혼자 버텨내는게 무서워서 남들이 힘들때 마시는 술을 한번 먹어보자는 심정으로 슈퍼에서 맥주를 사보았다.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 330ml 캔맥주 한 캔만으로도 취기가 돌았고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다 한캔이 두캔이 되고 맥주가 지겨울때 쯤엔 소주를 마셔보았다. 그러다 집에 굴러다니는 양주에도 손을 댔다. 젊은 나이였고 허트로 몸을 해치는 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매무 건강한 몸이었다. 그리고 그 건강은 끄떡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녔을땐 퇴근 후 맨정신으로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게 너무 힘들었다는 핑계로 술의 힘을 빌렸다. 물론 둘째와 셋째를 가졌을 땐 신기하게 술이 땡기지 않아 다행히 금주했다. 그리고 출산 후 모유수유까지 열심히 마치고 다시 조금씩 맥주 또는 와인 등등의 것을 마셨다. 어떤날은 술이 떙기지 않아도 억지로 마시기도 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습관처럼 알코올을 찾았다. 특히 쿠웨이트에서의 삶은 매우 심심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돼 있었고 새로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도 그리 길지 않았다. 술이 허락되지 않는 나라였지만 이미 한국인들은 그곳에서 와인과 맥주를 직접 담가 마시고 있었다. 고급기술이다보니 쉽게 그 비법을 알지 못해 처음에는 이러다가 술끊어야겠다는 생각에 몇 달 금주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지친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온 애들아빠는 하루를 달래줄 한잔이 필요했다. 그는 술 담그는 비법을 어렵사리 구해왔고 나는 열심히 와인을 제조했다. 그렇게 나는 또 열심히 마셨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2020년 6월 부터 다시만난 알코올의 세계. 부모님의 잔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맥주를 들이부었다. 그러다 점점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아랫배에 통증이 이따금 느껴졌고 매일 같이 피로가 풀리지 않아 얼굴 안색은 어두웠다. 그러고보니 먹는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눈뜨면 바로 빈속에 커피를 들이부었고 점심시간이 돼서야 간신히 밥 한숟가락을 떠넘겼다. 아니면 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물론 아이들 밥은 챙겼다. 3~4샷 정도의 커피를 들이붓고 나서야 그날의 첫 밥을 차려먹었고 그리고 나면 또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저녁엔 맥주를 마셨다. 물론안주도 좋아하지 않아 그냥 술만 마셨다.


그렇게 나는 내몸이 망가지는 지도 모르고 살았다. 집에서 육아만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했고 날마다 같은 집안일을 하는게 너무 지겨웠다. 하루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날도 있었고 영혼없이 샤우팅 섞인 화만 계속 내고 있었다. 내가 꿈꿨던 앞으로의 삶의 계획이 무너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내 자신을 함부로 하기 시작했다. 하기싫은 육아를 억지로 해내야 하기에 대충대충 어찌어찌 이것만 넘기자는 안일한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고, 그렇다보니 가끔은 술이나 먹고 그냥 죽지~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치다랐다.  


주변의 지인들은 육아휴직 기간이든 회사에 재직중이든 없는 시간을 쪼개어 운동하고 건강식을 찾아 먹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우리들은 건강해야한다며 서로가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부지런히 살자며 서로를 붇돋아줬다. 내게는 '남의 일'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운동은 커녕 먹는것도 대충인 내게 저런소리는 그냥 남의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별 생각없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몸을 구성하는 근육의 량은.... 거의 전멸이었고 체지방은 전보다 훨씬 늘어 있었다. 특히 위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50대에나 있을 법한 염증이 있네요. 다른것도 있어요. 식단을 조절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라는 의사말에 충격을 먹었다. 이런삶을 계속 지속하다가는 내 몸이 망가지겠구나 싶었다. 


막상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오니 겁이 났다. 내 삶을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그동안 무슨생각으로 살아왔나 싶었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관리해야함을 느꼈다.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어보니 내가 누리던 이 삶이 얼마나 의미있는 삶이고 행복한 인생인지 깨닫게 됐다. 


너무 신기하게도 '나 아직 어리잖아~ 나 하고싶은 것도 많은데.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도 보고 싶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그들의 버팀목도 되주고 싶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거야'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힌 20대 철부지 없던 시절의 나로 멈춰있어서는 안됐다. 무의미하게 나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정이 이래서~ 아이들 때문에~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 핑계에 숨어 게으름에 정복된 내 모습이 지금 어떠한지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건강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스스로를 채찍질해야할 때다. 


"관리할 수 있을 때 관리 해"라는 친구의 말이 와닿았다. 이제 건강관리를 해야 할 나이인거고 누가 얼마나 부지런한지에 따라 외모와 몸매, 건강상태가 드러나는 시기다. 10대 20대 시절 망나니처럼 술을 마시고 식사를 제때하지 않아도 체력이 짱짱했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관리가 필요한 나이다.


자신을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한 예로 최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4강 성공신화를 세운 배구선수 김연경은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인터뷰 도중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선수'라고 하는데 동의하냐는 질문에 그는 "100년이 되도 나오기 쉽지 않긴 하죠"라며 자부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또 그는 "많이들 저와 함께 뛰고 싶다고 하는데 그건 그사람들 생각이고 저의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제가 잘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말 멋진사람, 자신을 아낄줄 아는 사람. 그리고 진짜 멋진 사람. 


스스로의 빛은, 스스로의 가치는 스스로가 높이는 것. 잊지말고 실천하기로 다짐한다. 하루에 규칙적인 운동도 시작했고 커피 대신 마실 과일청도 담갔다. 술도 줄였다. 이런 부지런함이 쌓이다보면 건강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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