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단 Apr 21. 2021

우리의 마니

나는 입 속에서 봄을 만들지.


오물오물

나는 입속에서 봄을 만들지


꽃을 피울 거거든



주먹을 꼭 쥔 

이 꽃망울의 이름은, 뗏뗏띠



얘네는 뭐든 뗏뗏띠야


오늘 뭐 했어?

-뗏뗏띠 



재밌었어?

-뗏뗏띠띠띠


응?

떼떼!


뗏떼띠

뗏떼띠


나는 오늘도 

뗏뗏띠를 오물오물


떼떼띠는 오늘도 

예쁘게 피어날 준비를 하지




그리고 오늘!

드디어 꽃을 하나 피웠어.

'마니 꽃'이야.


내가 지금까지 

여러 개의 꽃을 피웠는데

우리 엄마는 마니 꽃이 제일 예쁜가 봐.

계속 보여달라네?

엄마는 지금 꽃구경이 한창이야.



아가.

엄마 보고 싶었어?

-떼떼띠


얼마큼?

-마~~~~니!


으응?? 얼마큼?

-마~~~~~니~!



그래서 나는 오늘 

무지하게 많은 마니 꽃을 피웠지.

우리 엄마는 

마니 꽃을 제일 좋아하는 게 확실해.


내일은 또 무슨 꽃을 피워 볼까나~

뗏떼띠 뗏떼띠~ ♬






엄마 손으로 두 뼘도 안되는 

고 작은 팔을 한껏 휘저으며

커~다란 마니 꽃을 피워주네요.

엄마는 그 마니 꽃이 너무 예뻐서

오늘도 내일도 계속 계속 봄입니다.



오늘의 마니는 무엇으로 자라날까요?



엄마, 밥 마~~~니.

엄마, 나 마니 마니 놀 거야.

엄마, 마니 마니 좋아해.

엄마, 마니 미워!



마니는 그렇게 

아이와 함께 자라나겠지요.

그리고, 엄마는 

우리의 '마지막 마니'를 생각합니다.



엄마, 마니 마니 사랑해.

아가, 마니마니 사랑해.

너무 많이 보고 싶을 거야. . .



우리의 마지막 마니는 

꼭 '사랑해', '보고 싶을 거야' 

옆에 꽂혀지기를.



그리고 그 아래에 조그맣게 피어있을 

'오늘의 마니'를 잊지 않기를.



엄마는 그렇게, 

아이가 피워준 노란 꽃을 보며

우리의 처음과 마지막을 생각합니다.



모든 헤어짐이

부디 너무 슬프지 않기를,

부디 너무 아프지 않기를,

부디 너무 갑작스럽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이전 14화 책장이다! 심봤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