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삶이 원래 불확실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런 순간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불현듯 불안감이 든다. 언제나 변함없을 것 같은 사실이 바뀌었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 변수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게 딱히 놀라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인생은 늘 변수로 가득하고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모든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매일을 노심초사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불안 속에 살아간다.
모든 책들이 불안함은 인생을 망친다고, 너무 불안해 하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불안을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불안해 하는 사람만 더 늘어나고 있다. 그저 불안해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왜 불안해 할까? 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첫 번째 이유는, 기술의 빠른 발전일 것이다.
사실 몇 번째 이유라고 들기 보다는 요즘 발생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인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연관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IT 분야가 아니더라도 한 번 이상은 들어 보았을 chatGPT부터, 번역을 해주는 인공지능, 그림이나 음악을 만들어주는 인공지능등 다양한 인공지능이 등장했고, 이에 따라 저작권 침해 문제나 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술은 양날의 검이라 다양한 문제를 수반하며 발전한다고 하지만 요즘은 정말로 인간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 내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어차피 해봤자 소용 없다는 무력감, 생산성이 증대가 되었지만 그만큼 필요한 인력은 감축될 것이고, 그 감축의 피해가 나에게까지 올 수 있기에 더 나은 인력이 되어야 한다는 끝없는 경쟁과 발전의 압박. 이런 요즘의 사회에서 기술의 발전이 불안감의 원인이 아니라면 무얼까?
두 번째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 하는 마음과 비교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원하는 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는 특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천천히 고립되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원치 않아도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와 오늘같은 시대에서 성공을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하는 자극적인 광고에 노출된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마음속 한 켠에는 <강박>이라는 것이 스멀스멀 자리를 잡게 된다. 성공하는 모습만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강박이다. 소위 말해 <육각형 인간>이라는 요즘 트렌드만 보아도 그렇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을의 모습을 보게 됨으로써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의 모든 면을 오롯이 바라보는 것은 나 하나이니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런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진다. 사실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대도.
세 번째 이유는, 몰입의 부재일 것이다.
쇼펜 하우어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무언가에 몰입하고,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며 그 순간을 오롯이 느낄 때 행복감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몰입은 고사하고 20분 짜리 동영상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극적인 오락거리들이 즐비하고, 보통 인간인 우리의 정신은 그것을 마다할 만큼 강하지 않다. 심지어 여덟 시간의 노동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후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도파민과의 싸움(또는 나와의 싸움이라고 부른다.)에서 지고 나면 알 수 없는 불쾌감과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이대로 살아도 될까? 하필이면 또 이런 숏폼들이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는 매체가 되거나, 화려한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그럼 우리는 또 다시 두 번째와 첫 번째 이유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불안감은 이렇게 비롯된다.
마지막의 이유는, 우리는 우리의 삶이 원래 불확실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에 하나는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그건 큰 착각이고, 오만이다. 원래 삶은 내가 원하는 것처럼 흘러갈 수 없다. 혹시 그렇게 느낀다면 큰 꿈이 없거나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원래 내가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물론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다 못해 그런 삶도 분명히 굴곡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은 워낙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아는 것도 많아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류에 빠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명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원래 삶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으면 흘려 보낼 줄 알아야 과도한 불안감에 먹히지 않을 것이다.
최근 베스트 셀러 중에 최고 인기를 끌고 책이 모두 <불안>과 관련된 책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편으로는 씁쓸했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된다. 이렇게 여러 개의 이유를 나열하며 글을 쓴 이유도 나 역시 정말 많은 불안에 시달리며 매일같이 싸우고 있고, 고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고, 걱정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생이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불확실과 불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안은 우리를 발전시키니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토록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은 인간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뜻이겠지.
무엇이 인간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지금은 시초로 돌아가 근본적인 것부터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