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왔다. 오랜만에 비가 와서 그런지 비 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문득 비 오는 날을 좋아했던 효인이 생각났다. 효인과 나는 내 방에서 담배를 피곤했다. 효인이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좋다고 말했다.
나는 비 오는 날이 싫어 옷이 비에 젖는 기분이 좋진 않아 지하철에 들어갔을 때도.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효인은 담배를 두 번 이상 피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두 개를 피웠다. 나는 그 시점을 이후로 효인과 내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1년 전이었다.
비 오는 소리를 들으니 자동반사처럼 담배가 생각났다. 효인과 헤어진 후로 담배를 끊게 되었다. 왜 끊게 되었냐면 효인의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나 이거 끊을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효인이라면 바로 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럼 나도 끊을래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그 뒤로 효인과 나는 내 방에선 담배를 피우는 일은 없었다.
내 방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곳이다. 평일 낮에는 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캔 하나를 사곤 했다. 평일 아르바이트생은 자주 바뀌곤 했는데 어떤 남자가 업무를 보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사서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바뀐 평일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보며 말했다.
혹시 성준이.....?
그 말을 듣고 다시 그를 보니 그제야 나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아..? 경민이 형?
나는 그와 몇 년 전 함께 일본여행에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 오사카여행을 갔었는데 처음이라 나는 수속부터 입국까지 애를 먹고 있었다. 그때 도와준 사람이 경민이 형이었고, 비슷한 날짜에 가서 그런지 우연히 오사카 어느 골목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 그도 나도 반가움을 느꼈다.
그러고 나서 한국에 와서도 연락하자 이런 말을 했었는데, 실제로 연락은 되긴 했으나 곧 연락은 끊겼다.
여기서 웬일이에요?
아 평일 낮에 펑크가 나서, 내가 대신해. 요즘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네.
이 편의점이 자신이 운영하는 것이라니, 나는 왠지 평일 낮에는 이곳에 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지심은 아니었다. 얕은 인간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아니면 아예 깊은 관계라면 몰라도, 그런데 그럴 관계를 만들기에는 내겐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 종종 연락하자, 연락처 아직 있지?라는 말 그리고 다음에 밥 먹자라는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편의점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비가 그친 것 같았다. 나는 담배를 가져와 1년 전 효인과 폈던 것처럼 내 방에서 혼자 담배를 피기로 했다. 그런데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으니 담배를 필 지는 고민이 되었다. 비가 와야 하는데, 비가 와야 하는데, 라며 혼잣말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