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눈빛 #복싱만화
체육관 구석
낡은 조명이 깜빡이며 빛과 어둠을 교차시키는 그 자리에서, 40대 후반의 관장이 서 있었다.
세월은 그의 이마와 눈가에 깊은 흔적을 남겼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시선이 아니라, 많은 삶의 굴곡을 지나오며 응축된 내공이었다.
바울이는 그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숨이 막히듯 멈칫했다.
낯선 공간, 낯선 기척, 낯선 공기.
모든 것이 자신을 밀어내는 듯했지만, 관장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울리는 걸음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다져진 사람만이 지닌 단단한 리듬이었다.
그는 바울이 앞에 멈춰 서서 말없이 어깨를 툭 두드렸다.
그 손길은 단순한 동작 같았으나, 담긴 무게는 달랐다.
땀과 고통, 승리와 패배를 견뎌낸 세월이 깃들어 있었고, 차갑지 않으면서도 쉽게 흘러가지 않는 울림이었다.
“넘어져도 괜찮다.
바울아, 중요한 건 다시 일어나는 거다.”
짧은 말이었지만, 오래 잠겨 있던 가슴에 파문처럼 번져 내려앉았다.
그것은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몸으로 증명된 문장이자 오랜 세월이 남긴 응답이었다.
마치 닫혀 있던 문을 열어젖히는 열쇠처럼, 소년의 마음을 깊이 건드렸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바울이는 공책을 펼쳤다.
백지 위에 잠시 펜을 멈추더니, 굵은 글씨로 한 줄을 적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기.
삐뚤빼뚤한 글씨였으나, 그것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다.
넘어져도 괜찮다는 허락,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다짐,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약속.
바울이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 공책을 덮었다.
어둡던 마음속에 처음으로 길이 잡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다짐은, 관장의 깊이를 머금은 눈빛과 함께 오래도록 그의 가슴에 머물렀다.
그날 이후 바울이의 걸음은 달라졌다.
아직은 흔들리고 서툴렀지만, 그 속에는 분명히 새로운 중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