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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Jun 30. 2020

마음은 궁금하지 않으니 겉으로 잘해주세요

아끼는 직원과 욕의 상관관계


 정말 아끼는 직원에게 상처받았습니다


직장 후배에게 상처받았다며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정말 아끼는 직원이자 후배였거든요. 많이 의지했어요. 직장에서 만났지만, 평생 갈 우정이라고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후배가 조금씩 저를 피하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보니 저를 부담스러워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너무너무 서운합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거야? (사진 : 신사유기)

“그러셨군요. 혹시 예전에 어떻게 대하셨나요?”

“고민이나 어려움도 자주 얘기하고요, 다른 팀원들 간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그 친구와 상의하기도 했어요.”

 “그 친구에게 일도 많이 맡겼겠네요?”

“네. 워낙 괜찮은 친구였죠.”


들으면 들을수록 이분의 후배는 자신의 상사이자 선배를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이네요. 일도 많이 시키고, 걸핏하면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와서 하소연한다잖습니까.


자신의 온갖 문제를 떠넘긴 행동이 마음을 보여주고 신뢰한 표시라니, 그런 마음이라면 저라도 받기 부담스러워 정중하게 사양할 것 같군요.

거절하고 싶구나 (사진 : 신서유기)


 아끼던 직원이 어느 순간부터 일에 의욕이 없어진 이유


1. 작년보다 업무량이 10% 늘었다. 월급이 비슷한 다른 팀원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2. 작년보다 업무량이 10% 줄었지만, 월급이 비슷한 다른 팀원들 에 비해서는 2배로 일한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싫으신가요? 저는 무조건 2번입니다.

출처 : 웹툰 용이 산다

물론 합리적인 선택은 아닙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면 당연히 2번을 좋아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업무량이 줄었잖아요. 하지만 대니얼 카너먼을 비롯한 많은 행동경제학자가 충고하는 것처럼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2번을 억울하다고 여기고, 불쾌해하고, 싫어합니다.


경영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조언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A급 팀 에 자신만만하게 C급 직원을 데리고 오지 말라고 말입니다. 능력 있는 리더는 연이은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골칫덩이 C급 직원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이지만, 결말은 C급 직원의 수준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A급 직원들의 분위기가 분열되고 맙니다.


‘쟤는 저렇게 노는데 왜 내가 쟤 역할까지 대신 해줘야 하지?’


이런 억울함이 조직에 퍼지면서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조직에서 점점 사라진다면 잠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일을 열심히 한 직원에게 주는 보상이
 ‘많은 업무 + 늘어난 질타 + 인색한 칭찬’의
쓰리 콤보가 아닌지요?

A급 직원은 중요하거나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우선해서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의 양도 많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일을 많이 하고 고생하는 직원이라면 당연히 칭찬과 보상을 많이 받아야 정상인데, 오히려 욕을 먹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프로젝트 양 자체가 많으니 욕먹을 일도 늘어나는 겁니다. 프로젝트당 평균 두세 번 욕먹을 일이 생긴다면 ‘프로젝트 수 × 욕 2~3회’의 결과가 나옵니다. 게다가 A급 직원이 하는 일은 회사 실적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많아 리더들도 훨씬 예민하고 까칠하게 굽니다.


칭찬이라도 많이 받느냐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리더는 특정 직원만 너무 칭찬하면 편애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다른 부서원과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처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표처럼 이상한 구조가 됩니다. 업무량을 기준으로 ‘유능한 A’ 직원은 100, ‘평범한 B’ 직원은 70, ‘무능한 C’ 직원은 40을 나눠 갖습니다. 이미 불공평하죠.


그런데 욕은 A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이 먹습니다. 무능한 C 직원은 실수해도 피해가 소소한 쉬운 프로젝트만 하니까 오히려 욕먹을 일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서 합산하면 A의 총비용은 120, B는 77, C는 39가 됩니다.


그러면 유능한 A 직원은 똑똑한 머리로 생각합니다. 부서나 조직을 바꿀까 말까. 리더에 대한 로열티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능력대로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조직이나 리더를 찾아 떠납니다.


만약 부서나 조직을 옮길 수 없다면 행동을 수정할 겁니다. 조직이 상대 평가라면 B의 업무량인 70보다 약간 높은 75~80을 유지하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그러니 원래보다 20%가량 생산성을 낮출 겁니다.



 공포 본능에 저항하고, 칭찬(격려) 보상을 주세요


우리는 가장 아끼는 직원을 가장 가혹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해요.


내가 너 진짜 아끼는 거 알지?


아뇨, 모릅니다.

출처 : 신서유기


뭘 보고 알 수 있겠어요? 다른 팀원은 한가하게 웹서핑하고 있는 동안 자기만 입에 단내 나게 뛰어다니고 있으니 말입니다. 고생고생해서 잘한 아흔아홉 개는 당연한 듯 생각하고 부족한 한 개를 가지고 쥐잡듯이 하니, 정나미가 떨어질 뿐입니다.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우리가 세상을 왜곡해서 보고 행동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공포 본능(Fear Instinct)’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좋은 소식은 작고 당연하게, 나쁜 소식은 민감하고 크게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리더가 실제로 직원들에게 이렇게 반응합니다.

출처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잘한 일은 당연하고, 못한 일은 질타해야 할 문제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아끼는 직원인데도 실제로는 가장 괴롭히고 욕을 많이 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집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입니다.


아끼는 직원이라면 가장 많이 칭찬해주세요. 유능한 직원에게 가장 많은 보상을 주세요.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얘기인데, 이상하게도 일터에서는 거꾸로 가는 모습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마음을 주며 아낀 직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겁니다.

출처 : 픽사베이

Epilogue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시리즈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


2월 11일에 시작했으니 5개월 가량 연재네요. 그동안 읽어주시고 공유하신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려요. 덧글로 공감해주신 분들께는 특히 더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에 이어서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짝 샤이하지만 의리있는 브런치 독자님들의 몫도 분명히 크게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


저는 다른 연재글로 금방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때로는 짜릿하고, 때로는 지루한 일상들을 소중하게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데 말 때문에 손해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의 언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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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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