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와 대화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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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봄. 단지 옆 도로가에 활짝 핀 모습이 아름다워서 글로 담았더랬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여름에 말을 걸었습니다. 이제 한 해도 2달 남짓 남았네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는 계절의 변화입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이 가을님은 언제 왔는가? 싶습니다. 왔는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는데, 벌써 간다고 합니다. 그대가 벌써 그립습니다.
벌써 간다고 하니
참 무심한 그대를 붙잡아 두고 싶습니다.
내 곁이 아니라도 좋으니
좀 더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로 손에 꼽는 더위였다고 하네요.
더위를 무던히도 잘 견디는 나에게도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런 더위 끝에 만났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운 그대입니다.
그대처럼 나도 옷차림을 바꿉니다.
좀 더 '그대'스럽게 입어 봅니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
각 옷들의 어울림이 잘 보이지 않아 별로입니다.
그 전에 알록달록 맘껏 입어 봅니다.
그대 위에 하얗게 덧입혀져서 하나의 색으로 되기 전에.
할 말이 많은데 내가 준비가 부족했나 봅니다.
우리 또 1년 즈음 뒤에 볼 수 있겠지요.
그때의 당신도 당신이겠지요.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겁니다.
그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면서도 슬픈 것은
인간인 내가 참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옆에 있는 당신이 벌써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