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가 만난 의성
하면 해 가면 가. 내 짧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때, 대부분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남들 하니까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내 가슴에서 끓어올랐기 때문에 또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선택을 해야만 할 것 같아서. 이번에도 내 눈엔 대기업 인턴이 아니고 로컬, 의성, 지역문제해결, 청년이 나를 이끌었다.
6주간 의성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하나같이 어디서 주관하냐고 내심 걱정했다. 나도 멘토리가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 모르지만, 홍보 모집 글 하나만 믿고 따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나를 던지는 용기는 분명 내 용기는 아니다. 나는 겁쟁이라 사소한 결정도 심사숙고하는데 이유가 있는 곳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HMHGMG.
의성은 손맛이 일품이다. 개인적으로 노포, 집밥을 좋아한다. 팔기 위해 만든 음식이라기 보다 내 아들한테 해주고 싶은 음식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의성에서 내가 간 식당 모두 그랬다. 심지어 밥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도 있었다. 닭개장, 칼국수, 시장 분식, 닭발, 짜장면은 아직 그립다. 손 맛이 좋은 이유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일 수 있지만, 분명 서울 그리고 수원에서 갔던 많은 식당들 보다 정성이 담겨있었다.
나는 의성을 닮았다. 밤보다 낮이 좋고 대중교통 타는 것보다 걷는 게 좋다.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살다가 장날에 삼삼오오 모이는 것도 좋다. 작다. 공기가 좋고 하늘이 예쁘다. 빌딩 숲이 아니라 진짜 나무 숲이 좋다. 닮았기 보다 이런 곳에서 자란 나의 정체성 자체인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대도시에서 살 지 로컬에서 살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의성에서 살면서 나는 의성을 좋아하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일을 찾아서 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도 보였다. 지금은 단지 쉬는 날 조용히 내려가 남대천길도 걷고, 시장에 가서 이웃들과 대화도 나누고 싶은 정도이다.
문제정의 과정에서 나는 중요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구체적이지 않구나. 그래서 주제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나는 좀 더 거시적이고 철학적이었다. 더 원론적이고 근본적이었다. 그것이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사고하고 실행할 필요도 있다고 느꼈다.
행동을 하고 결과를 내기 위한 방법으로써 그렇다. 구체적임은 현실적이라는 말에도 가까워진다.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고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건 문제해결을 하건 구체적인 주제를 설정해보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동료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미안하다. 내가 준 것보다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고 흩어졌지만, 받은 사랑을 그들에게 또 주변 이웃들에게 나누고 싶다. 셰프는 사랑이 많아서 음식을 해준다. 에이든은 사랑이 많아서 단 둘이 있어도 편하게 해준다. 두막이는 사랑이 많아서 미소가 환하다. 별은 사랑이 많아서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한다. 진끼는 사랑이 많아서 세심하게 관찰한다. 시소는 사랑이 많아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밍은 사랑이 많아서 좋아하는 게 많다. 복희는 사랑이 많아서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레이스는 사랑이 많아서 상대방 말을 집중해서 들어준다. 그리고 때로는 냉철하지만 그것도 사랑이고 환한 미소를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로임캠은 나에게 선물이다. 인터뷰 때에도 식상하게 선물이라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아도. 선물이다. 뜬금없이 6주 생활을 하면서 동료에게 의성에게 그리고 멘토리에게 받은 것이 많다. 그 선물은 그들의 사랑이다. 받는 것보다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그들에게 또 배웠다. “선물 감사합니다. 은혜를 다시 나누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