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7.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오사카에 왔다. 살 곳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곳은 게스트하우스 유엔이었다. 왜냐하면 두 번의 간사이 여행 내내 여기서 묵었고 여기서 일본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 부동산에서 집을 구해서 살면 편하긴 하겠지만 일본어를 공부하기도, 일본 친구들을 사귀기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엔에서 지내면서 폰도 사고 우체국 통장도 만들고 건강보험도 가입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는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느날 유엔에서 알게 된 오노상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인 ‘오노하우스’에 유엔 식구들 몇 명이서 같이 놀러 가기로 했다. 다 같이 자전거로 이동하려는데 나를 포함한 외국인 몇 명은 자전거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 있는 사람들이 등 뒤에 자전거 없는 사람들을 한 명씩 태우고 갔는데 나는 오노상 등 뒤에 탔다. 원래 일본에서 자전거 뒤에 사람을 태우는 것은 불법이지만 그냥 탔다(?).
자전거 뒤에 탄 채로 휙 지나가는 오사카의 밤거리, 육교, 신호등이 있는 기찻길, 흩날리는 벚꽃들을 보며 감탄했다. 오노하우스에 도착할 무렵 오노상이 말을 걸었다. 오노상이 나보다 나이가 열 살 정도 많기 때문에 나에게 반말을 하는데, 사뭇 진지하게 존댓말로 물었다.
“워킹 홀리데이의 콘셉트가 무엇입니까?”
내가 이 질문에
“고고학입니다.”
하고 답했는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왜 그런 민망한 대답이 저절로 나왔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