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탐구 05 : 이건희 회장 경영 철학
회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꾸준히 성장하려면, 조직에 핵심인재가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물론 다다익선(多多益善) 100% 모두가 핵심인력이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나의 회사에 우수 인재가 다 들어갈 수도 없고, 우수 인재의 개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이 만든 회사라는 조직이 그렇게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어떤 조직이든 집단의 승패는 5%가 좌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집단의 5% 論’입니다. 삼성에서 교육받을 때 배우기도 한 내용인데요, 삼성인의 용어 책자에는 집단의 5% 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집단이든, 그 속에는 아주 우수한 5%와 함께 문제가 많고 부도덕한 사람들 5%가 끼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위 5%가 집단을 이끌고 나가면 전체가 우수한 집단이 되고, 하위 5%가 집단을 지배하게 되면 열등 집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합니다.
삼성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삼성인 18만 명은 모두 필요한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며, 어떤 조직보다 애사심이 강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는 우수한 집단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수한 인재들이 서로 자기만을 생각하고, 자신이 속한 부서나 사업부의 이익만을 지키다 더 큰 것을 놓치게 되는 개인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모두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맑은 수면에 동심원의 파문이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조그맣던 원이 점점 커져 호수 전체를 뒤덮습니다. 이와 같이 삼성이 변하기 위해서는 5%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두 미래를 내다보고, 사명감을 가지고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5%가 되겠다는 노력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조직에서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뒷다리를 잡는 사람입니다.
삼성이 신경영을 추진하면서 이건희 회장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바로 ‘뒷다리론(論)’입니다. 조직에는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등 3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데, 제발 뒷다리를 잡는 사람은 되지 말라는 겁니다. 이건희 회장은 뒷다리론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변할 수 있는 능력과 변하려는 의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나는 도저히 변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에는 반대한다. 누차 얘기했지만 뛸 사람은 뛰고, 빨리 걸을 사람은 빨리 걸어라. 걷기 싫은 사람은 앉아서 놀아라. 삼성에서는 일 안 한다고, 일 못 한다고 내쫓지 않는다. 인간은 일하지 말고 놀아라 놀아라 해도 일하게 되어 있다. 한 달 놀기도 힘들다. 그러나 남들이 가는 길에 앉아 있거나, 남이 뛰고 걷는데 방해하진 말아라. 남의 뒷다리 잡지 말라는 말이다.
삼성의 헌법을 지키면서, 쉬는 사람은 앉아 있는 사람을 무시하지 말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또 앉아 있는 사람은 뛰는 사람을 질투하지 말아야 한다. 잘한다고 박수 쳐 주고 마음으로 축하해 줘라. 나도 빨리 쉬고 나서 체력을 회복해서 걷다가 더 회복되면 뛰겠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한 방향으로 가면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을 때, 여건이 되었을 때 능력 발휘하고, 쉬고 싶을 때 쉬되,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조직에서 뒷다리를 잡는 직원의 비율을 얼마로 생각했을까요? 여러 가지를 참고해 볼 때, 대략 전체 직원 중 5% 정도를 문제가 있는 인력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 기사에 의하면, 2009년 일본의 저명한 신문사 회장이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 초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식사 도중에 이건희 회장이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조직 통솔의 큰 원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본의 신문사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조직통솔은 343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조직에나 리더, 허리, 반대세력이 있는데 저는 이 비율을 30%, 40%, 30%로 끌고 가는 게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일본 신문사 회장의 말을 유심히 듣던 이건희 회장은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조직통솔은 595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엘리트 핵심인재 5%가 조직을 이끌고, 90%의 사람은 시키는 일을 하고, 나머지 5%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입니다. 상위 5%를 어떻게 키우고, 하위 5%를 어떻게 잘라내느냐가 조직 통솔의 핵심입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런 두 사람의 대화를 당시 이재용 전무(현재는 이재용 회장)가 옆에서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긴 세월이 지난 대화를 들려준 일본 신문사 회장은 “나는 상위를 30%, 이건희 회장은 5%로 봤다.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 참 냉철하구나’라고 느꼈지만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삼성의 성공은 조직원 모두가 자신이 상위 극소수인 5%라는 '착각'을 갖게끔 한 결과일 수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삼성에는 자신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직원들을 평가할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대부분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능력도 상위 10% 안에 든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직원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상대평가로 등급을 나누는 일은 항상 쉽지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조직이 발전적으로 성공하려면, 이건희 회장과 일본 신문사 회장의 조직통솔 원칙 중 어느 분의 말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세요?
최근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성공하려는 젊은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한 가지 조언해 드리고 싶은 사항은, 회사에 핵심인재를 영입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설정한 목표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려는, 즉 조직의 뒷다리를 잡는 문제 인력의 관리도 잘해야 한다는 걸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