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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빨래를 해

by 방구석의 이자카야


나는 매일 술을 마셨다.
술은 현실에서 잠시 도망칠 수 있게 해주는 탈출구 같았다.
하지만 잔이 비어갈수록 감정들이 술기운에 녹아 터져 나왔고,
결국엔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곤 했다.


그와 술을 마실 때면, 그 감정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스스로도 어이없는 주사 대마왕이었다.
“왜 울어?”
그가 조심스레 물으면,
나는 고개를 떨군 채 흐느끼며 대답했다.
“그냥... 힘들어서.”


그는 그런 나를 조용히 기다려줬다.
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만으로도,
어느 순간 내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한 번은 술에 취해 “나 그냥 죽고 싶어!”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쳐나간 적이 있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거리로 뛰어나가며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속으로는 누군가 나를 붙잡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는 늘 나를 끝까지 쫓아왔다.
거리를 뛰어가는 나를 붙잡고,
어깨를 가만히 잡으며 천천히 말했다.
“뭘 하려고 하지 마. 우리 그냥 살아만 있자.”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다정했다.




내가 눈물을 흘릴 때마다 그는 말했다.

“네가 이렇게 우는 건, 내가 네 마음을 빨래해 주는 거야.”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부드럽게 덧붙였다.
“감정은 충분히 겪고 흘려내야 해.
그렇게 해야 네 마음이 조금씩 깨끗해지는 거니까.”


그의 말은 눈물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줬다.
눈물이 내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면,
그는 내가 그 과정을 온전히 겪어낼 수 있도록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울어도 괜찮아.
빨래가 끝나면 깨끗해질 거야.”


그 말에 나는 울다가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다정한 손길은 내 눈물 속 슬픔을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그와의 술자리는 늘 눈물로 끝났지만,

그 눈물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이었고,
내가 얼마나 흔들리든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내게 해준 “우리 그냥 살아만 있자”라는 한 마디와,
네가 우는 건 내가 네 마음을 빨래해 주는 거야”라는 다정한 말은,
살아가는 이유를 찾지 못하던 나에게
감정을 겪고 흘려내는 용기를 가르쳐주었다.

그 말들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에 아릿하게 남아있다.

그를 통해 나는 깨달았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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