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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by 방구석의 이자카야


짱과의 하루도
늘 평온한 건 아니었다.


어느 날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예고 없이 툭, 터졌다.


소송 이야기까지 나왔다.
말에 힘이 실리기도 전에
가슴이 먼저 내려앉았다.


온전한 하루가 없어졌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모두 그 사건 하나에 빨려들었다.


밥도 안 먹었고,
머리에는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그때 짱이 말했다.

“넌, 평안 속에서도
불안을 잘도 찾아내더라.”


맞는 말이었다.


나는 늘 그랬다.
잘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먼저 불안을 꺼내 드는 사람.


그날에서야 알았다.

내가 그토록 무서워하던
‘무슨 일’이
진짜로 닥쳤을 때,
그동안 내가 붙잡고 고민했던 것들이
얼마나 가벼운지.


나는
큰 걸 바라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아무 일 없는 하루.
조용히 흘러가고,
그저 그렇게 마무리되는 하루.


그런데
그런 하루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기도도 해보고,
일에 파묻혀도 봤지만


머릿속은 그 일 하나로 가득 찼고,
나는 하루를 전부
그 불안에 바쳤다.




그때,
짱이 다섯가지 행동지침을 건넸다.


1.밥부터 먹기.
에너지가 싹 돈다.
체력이 돌아야
생각도 돌고,
버틸 힘이 생긴다.


2.운동하기.
그때만큼은 생각이 비워진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도 늦게 따라온다.


3.덜어내기.
나 혼자 해결할 일 아니다.
가족도 있고,
짱도 있다.
혼자 끌어안지 말자.


4.사건이 터지고 나서 고민하기.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먼저 마음 쓸 필요 없다.
상상이 현실보다
더 클 때가 많다.


5.쫄지 말기.
막상 닥치면
생각보다 해낼 수 있다.
짱도, 싸움 앞에선
늘 떨었다.
그래도, 해냈다.




나는 그 말들을
하나씩 해봤다.


억지로가 아니라,
할 수 있을 만큼만.


조금씩
내 하루가 돌아왔다.

밥맛이 돌았고,
몸이 가벼워졌고,
생각도 자리를 옮겼다.


짱과 함께한 하루지만,

이 글은

지금 어딘가에서
혼자, 조용히 버티고 있을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소리 없이 하루를 통째로 잃어버린 사람,

그 사람이
이 글을 읽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느껴준다면,


나의 글로

숨이 조금이라도 돌아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부디,
당신의 오늘에도
작은 안녕이 깃들기를.


별일 없는 하루.
그 하루가
우리에게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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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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