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쉽지 않지만

진정한 크레션도 빡침은 이 글에 있다. 장기연애의 끝은 정녕 애증인가

by 미윤

이별에도 감정이 있듯 한없이 무너져내리는 이별이 있는가 하면 너를 사랑하는데 지키지 못한 마음도 있다.

눈물을 꾹 참고 오늘도 일기 같은

나의 스친 인연을 기록한다.


스친 인연에 나온 사람들은 글을 쓰고 나서도

사실 몇 번은 만났다.


꿈, 미래 어느 것 하나 맞는 순간이 있기에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기에 그렇듯

스치지 않고 곁에 머무르고 간 감사한 인연들이다.


다만 너는 정말 스치듯 안녕을 외치고 싶기에

문드러지는 마음 안고 정말 이별을 고한다.


네가 볼 수 없는 내 일기장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알량한 자존심이 뭐라고 훼방을 놓고야 만다.


내 인생에 이렇게 의지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가?

오래 품은 만큼 그 마음이 더 잊히기가 힘들고

세상 밖으로 꺼내기조차 더 힘들다.


엉엉 울고 통곡하며 아파하고 싶었을 때가 언제였던가

너를 생각하면 그저 하염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다들 그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는가?

내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은 한없이 예쁜 사람.


언제서부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불안과 우울이 너에게 전염되면 안된다라는 생각.


작년 이맘쯤 추워지기 시작할때

나는 급격하게 힘들어졌고 나의 불행이 감기처럼

네게 옮길까 봐 두려웠다


나와 같이 동시에 힘든 순간이 온 너를

예전처럼 안아주지 못하는 사람이 될 바엔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었을까? 내가 회피형이였을까?


수많은 의문을 낳은 채

나는 나의 세상밖에 없던 그를

내가 두고 왔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렇게 내가 나쁜 사람되는게 마음 편했다.

많이 사랑했으니깐


다시 생각해보니 아니였다.

나는 날 그 어둡고 차가운 곳에 두고 나온 것.

그를 두고 온게 아닌데

모성애도 아닌 그냥 남자친구를 연민과 동정으로 바라본 것일까

나의 눈물의 의미는

그를 사랑했던 시간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아닌

나를 많이 아껴주고 그를 사랑했어야 하는

우선순위의 슬픔이다


그게 나와 그를 괴롭히던 이유였던 것 같다

지나치게 완벽해야 하는 것

일과 사랑의 균형을 적당히 찾는 것


나는 여전히 장기연애를

건강하게 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람들이 부럽다

그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을테니.


나의 이별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예정이다.


나와 사진을 찍던 그곳에서

같은 포즈로 그녀를 바라보는 널 보며

난 지금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한 낮 한 시 젊은 사랑이라고 단정하기엔

18살부터 알게 된, 죽지 않았다면 너를 떠올릴 수 밖에 없던

내 수험생 기간 고삼.


내겐 남자친구 이상으로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던 그였다.

넌 나의 앉으면 부서질듯한 천년쯤 되어가는 나무 그루터기였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했다.

우린 돈도 명예도 아무것도 있지 않을때 사랑했으니 말이다.


소름 돋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면 이 글을 쓰며 복잡한 심경이 정리가 되고

헤어진 지 1년이 지난 후에야 너와 헤어지게 된 이유를 찾게 된 것이다.

간극과 밸런스를 조정하지 못한 것, 이게 큰 착오였던 것 같다.


그래도 깨닳음을 얻기 전 당장 드는 생각은 정말 네가 밉다.

너무하지 않은가

내 손으로 찾아본 너의 소식이 아닌

내 주변 사람에게서 너의 안부를 알게 되는 이 상황이 웃기지 않은가


오늘 회사에서 한창 기획 pt를 하고 있는데

연락 오지 않던 친구가 다급하게 캡처해 준 사진을 보고

손이 덜덜 떨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 눈을 의심하며 흔들리는게

내 동공인지 발표용 모니터 화면인지 구분도 못하겠다.

발표용 모니터가 방금 친구가 보내준

너와 그녀의 사진으로 보이게 될 줄 알았는가


정말 중요한 날이였는데 멘탈이 무너져 평소보다 말을 많이 절었다.


네가 일부로 나를 보라고 올렸다면

내 기분은 어땠을지 감히 상상이 안되는가...?

그렇게 유치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였나 난 도대체 그 3년의 시간동안 누굴 만났었나


이 몇 십 문장 안에서도 너에 대한 미련 원망 사랑 짜증 분노 모든 감정이 쉴 새 없이 내뱉고

감정소비를 하고 있는 한심한 나 자신을

키보드를 부 쉴 듯 두들겨가며 너를 말로 패고 있는 내 저녁 10시를 너는 알까


그녀와 카톡 하며 히히덕거리며

나를 그녀의 새로운 추억으로

새로운 사진으로 덮고 있는 너 자신을 봐라


그래 욕하고 시원하게 잊자

너 얼마전에 성수 갔지

나랑 헤어지고 6개월 뒤 전화오며 뭐랬어

"얼굴보게 잠깐 나와"


그래, 그녀랑은 다정히 옷도 쫙 빼입고 만나야하는 첫 데이트 장소인

네 성수역이 그것도 촉으로 알았다 이 사람아


나는 그냥 후드 뒤집어쓰고 만나도 되는 그런 쉬운 곳이 되었구나..

나랑 그녀는 같은 곳에 가도 의미가 달라지는 그런...


에라잇 더 쓰면 뭐하는가

남들 다 하는 연애

똑같은 이별

그래도 소중했던 너와 나의 시간

이렇게 쓸 가치는 있겠지? 이 자식아

진짜 밉고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본다면 바로 한대 때린다!





지나치게 사적이지만 어디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의 진심

근데 공개하긴 부끄럽지만

생에 이런 순간이 생김에 놀랍기도 한 오늘,


그냥 기록한다. 예경인이 아닌 미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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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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