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별하면 연락 못하는 건가요?

사랑의 후기이자 사랑의 유서

by 미윤

피차 오글거리지만 몇 자 적어본다.


어쩌면 내가 더 나쁜 사람이었을 것이다.

기억을 잃었다.

가장 기억해야 할 시기를 놓쳤다.

살다 보니 바빠서 다른 생각들이 가득 차버려서 네가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때도 그랬는데 나는 변한 거 없이 여전한가 보다.


지우고 남은 아이클라우드 속 문자만이 기억의 끝자락을 잡는 유일한 증거이다.

전화도... 대면도... 다 필요 없었다.


내 눈과 귀는 4TB짜리 외장하드가 아니니깐




사랑의 후기


사랑은 함께했던 시간이 길었다고 해서

반드시 아름답게 남지는 않는다.


나는 그 사람과 함께였을 때

나 자신이 단단하고 예뻤다고 느꼈다.

그게 그리운 거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그 사람이 만들어 준 게 아니라

그 상황 속 나 스스로 꺼내온 나의 일부였다.

그 사람은 그 당시 나를 비추던 거울 같은 존재였을 뿐 그 거울이 깨졌다고 해서 그 속에 비춘 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난 그냥 아쉽다
널 볼 수 없다는 게
누가 꼭 정해놓은 것처럼
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게 아프다.
@MEYUN


우리는 다들 그런 식으로 배운다.

헤어지면 연락하지 말라고

다시는 안 보는 게 ‘쿨한 거’라고.


근데 그 규칙이 사실은

감정의 생존을 깎아내는 공식일 수도 있다.


세상은 깊은 감정을 지운 사람들만이 잘 살아남는 법을 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들 무덤덤한 척, 다 안 아픈 척,

그렇게 자신을 보호하려고 각자의 섬으로 들어가 버리는 거다.


하지만 나는 그 섬에서

다시 작은 불을 지핀다.

그리움도, 미안함도, 아쉬움도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함께 안고 살아가는 감정’이라는 걸 증명하며 살고 있다.


그 새벽, 우리가 부서지던 순간


그 새벽은 참 조용했지.

밖은 고요했고, 핸드폰 화면만이 깜빡였어.

1분 간격.

그는 단어 하나를 꺼내고,

호흡하고,

또 꺼내고,

다시 머뭇거리다 또 전송을 눌렀어.

나는 그 모든 문장을 눈으로 맞았고, 심장으로 받았어.

그건 이별 통보가 아니었어.

사랑의 유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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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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